유가 하루만에 5% 급락…3달 오른 기름값에 수요 줄었다[오늘의 유가]
사우디·러시아 '감산 연장'에도 시장 반응 미미
美 에너지청 "미국이 글로벌 원유 생산 원동력"


국제 원유가격이 4일(현지시간) 하루만에 5% 넘게 급락했다. 지난 3달 간 순식간에 치솟은 유가에 원유 수요가 줄자 이를 계기로 시장이 상승 폭을 반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한 암울한 경기전망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 거래일보다 5.37% 하락한 84.2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은 5.42% 내린 85.99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루만에 5% 급락…3달 오른 기름값에 수요 줄었다[오늘의 유가]
유가 하락에는 이날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내놓은 원유 수요 관련 데이터의 영향이 컸다. EIA는 이날 원유 수요 벤치마크인 차량용 휘발유 공급량이 지난주보다 8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 노트를 통해 올해 3분기 연료 가격이 30% 급등하면서 하루만에 원유 수요가 22만3000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까지 미국 전국 원유 재고는 한 주 동안 220만배럴 감소한 4억1410만배럴로 나타났다. 다만 WTI 원유 현물을 인도하는 오클라호마주 쿠싱에서는 재고가 8주만에 상승했다.

EIA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이 글로벌 원유 생산 증가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탐사·채굴 기업들의 지속적인 생산량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미국산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빅스프링에 위치한 빅스프링 정유공장 전경. /AFP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빅스프링에 위치한 빅스프링 정유공장 전경. /AFP
최근 미국 국채 금리에 따른 경기 악화 전망도 유가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때 연 4.884%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채권왕'으로 불리는 투자자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단기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높은 미국 국채 금리가 유지되면 차입 비용이 늘고 주가가 하락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캘럼 맥퍼슨 인베스텍 애널리스트는 "단기 공급 차질에 있었던 시장의 관심은 이제 고금리 장기화의 의미, 그에 따른 거시경제 환경, 11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 논의 등으로 옮겨갔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감산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지만 유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4일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감산 폭 확대 또는 증산 여부는 다음달 다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는 9월과 10월 시행한 세계 시장에 대한 하루 30만배럴의 추가 자발적 공급량 감축을 12월 말까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