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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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모르던 명품 브랜드의 주가가 4월 정점을 찍고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명품 브랜드는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나 남성복 등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냐·판도라 투자의견 '매수'로 상향


26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2022년 초 정점을 찍고 지난 6분기 동안 하락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유럽 명품에 대한 지출도 올해 초 정점을 찍고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Boa는 "명품 브랜드의 주가 약세는 일반적으로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명품 브랜드 주가가 2분기 이후 폭락하면서 일부 브랜드의 반등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CNBC에 따르면 유럽 명품 브랜드의 주가를 추종하는 MSCI 직물·의류·명품 지수는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4월 24일 이후 16%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1위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지난 6개월간 14%가량 폭락했다. LVMH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703유로로 지난 4월 최고가인 904.6유로와 비교하면 22% 넘게 빠졌다.

BoA는 유럽 명품 기업 가운데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제냐와 덴마크의 보석 브랜드 판도라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독일의 명품 패션 브랜드 휴고 보스는 ‘매도’에서 ‘중립’으로 높였다. BoA는 이 3개 종목이 명품 섹터의 전반적인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고 봤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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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BoA는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IWC,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낮아졌다. 프랑스 럭셔리 기업 케링과 토드는 각각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휴고 보스, 한달 새 주가 11% 폭락

BoA는 투자등급을 ‘매수’로 상향 조정한 판도라에 대해 "임의 소비재 기업 가운데 가장 저렴한 주식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목표가격을 720덴마크크로네에서 900덴마크 크로네(약 17만2350원)로 25% 높여 잡았다. 이는 현재 주가인 712덴마크크로네보다 26% 높은 수준이다.

판도라 주가는 올해만 4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BoA는 "새로운 컬렉션 출시, 접근 가능한 가격대, 소매 우수성 등에 힘입어 판도라 주가가 탄력받고 있다"며 "아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판도라의 이야기를 다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휴고보스 주가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휴고보스 주가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BoA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제냐의 목표주가를 16.5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주가인 13.71달러보다 20%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BoA는 "고급 남성복의 대중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제냐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냐의 2024년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23배인데, 연간 복합 성장률인 17%를 고려하면 저평가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BoA가 투자 등급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한 휴고 보스의 현재 주가는 60.94유로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12% 가까이 올랐지만, 최근 한 달 새 11% 하락했다.

다만 BoA는 "일부 명품 브랜드의 주가는 과거보다 저렴해졌지만, (주요 소비국인) 중국의 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어떤 호재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