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이후 서민슈퍼 '오픈런' 2배로
"일본이 호황? 서민들은 생활 방어에 필사적"
도쿄 도심 아파트값은 1년새 50% 급등
증시·부동산 급등 수혜는 부유층·외국인만
장바구니의 행렬이 두 배인 200여개로 늘어난 건 작년 초부터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일본의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시점이다. 아키바 히로미치 아키다이슈퍼 대표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모두가 생활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50대 주부도 “월급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가 치솟는 바람에 식비를 줄이고 있다"며 "도대체 어떤 면에서 경기가 좋아졌다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손님이 두 배로 늘었으니 좋을 만도 한데 아키바 대표는 도리어 수익이 줄었다고 했다. 아키다이의 지난해 매출은 400억엔으로 1년 전보다 1억엔 가량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은 수 천만엔 감소했다. 소비자 가격, 전기료, 운송료 등 비용이 모두 오른 탓이다.
같은 시각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인 미나토구에서는 아키다이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주로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도쿄의 부동산을 중개하는 주리얼에스테이트의 조민수 대표는“6월 한 달 동안에만 6건의 거래가 체결됐다”고 말했다.
2021년까지만해도 서울의 70% 수준이었던 도쿄의 아파트 가격이 단기 급등한 건 외국인과 일본 부유층의 매수세가 크게 늘어서다. 시중에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대규모 금융완화가 10년 넘게 계속되면서 일본인들은 집값의 100%를 연 0.5%의 초저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8월15일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실질 GDP) 잠정치는 전 분기보다 연율 기준 6.0% 성장했다. 전문가 예상치를 두 배 넘는 ‘깜짝 성장’이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상승했다. 15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10엔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200여개가 늘어서는 아키다이와 반 년새 가격이 9억원 가까이 치솟았는데도 매수세가 끊이지 않는 시로카네 더 스카이. 둘 중 어느 쪽이 진짜 일본 경제의 참 모습인걸까. '다타키 경제' 일본②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