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인도 설탕 가격 상승세…전면 수출 금지 가능성 커져 [원자재 포커스]
가뭄으로 인도 설탕 가격 6년 만 최고가
모디 정권, 10월부터 수출 금지 가능성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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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쌀에 이어 설탕까지 수출 제한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의 주요 경작지에 가뭄이 들면서 현지 설탕 가격이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어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도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며 그 일환으로 식량자원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의 설탕 가격이 최근 2주일 동안 3% 이상 오르며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인도에서 설탕 가격은 톤(t)당 3만7760루피로 오르며 201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의 사탕수수 재배지에 비가 예년보다 덜 오면서 작황 부진 우려가 커지자, 현지 설탕 업체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도 사탕수수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져온 남부 마하라슈트라주와 카르나타카주의 강우량 부족이 생산 감소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해(올해 10월~내년 9월)의 설탕 생산량을 전년보다 3.3% 줄어든 3170만t으로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집권당이 설탕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인도는 최근 연간(지난해 10월~올해 9월) 설탕 수출량을 610만t으로 제한했다. 전년 수출량이 1110만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한 규모가 상당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실행된다면 7년 만이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이다.

인도 시장에서의 설탕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38%가량 낮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물가와의 전쟁’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쌀 등 식량자원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자국 시장 물가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설탕 무역회사인 앨비언(Alvean)의 마우로 비르지노 정보 담당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설탕 수출 금지가 현실화하면 세계 설탕 재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다른 주요 설탕 수출국인 태국에서도 사탕수수 대신 구황식물인 카사바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르지노는 오는 해(올해 10월~내년 9월)에 세계 시장에서 설탕 부족분이 540만t으로 전년의 100만t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탕 공급이 수요를 6년 연속 충족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다.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의 생산량이 올해 4000만t으로 전망되며 내년에도 풍작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브라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비르지노는 짚었다.

역사적으로 설탕 재고가 줄어들면 세계 선물시장에서 원당 가격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원당 가격은 상반기에 2011년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원당 선물 가격과 재고의 상관관계>
자료: 블룸버그
<원당 선물 가격과 재고의 상관관계> 자료: 블룸버그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