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룰루레몬
사진=룰루레몬
미국에서 고가의 스포츠웨어를 판매하는 룰루레몬의 실적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미국판 천원숍’인 저가 할인점 ‘달러 제너럴’의 실적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비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8.2% 늘어난 22억9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21억7200만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한 2.68달러로 시장 전망치(2.54달러)보다 5.37% 상회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고객은 여전히 지갑을 열어 돈을 쓰고 있고, 신규 고객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수익 전망치를 높였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브랜드인 룰루레몬은 레깅스 하나에 100달러가 넘는다.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레깅스의 샤넬’로도 불린다.

반면 달러 제너럴은 시장의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2분기 매출은 9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지만, 순이익은 4억6889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9% 급감했다.

달러 제너럴은 저가 제품을 모아놓은 ‘1달러 딜’ 코너를 비롯해 각종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할인점 체인이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1만8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달러 제너럴 측은 최근 소비자 지출이 줄어든 데다 도난 피해가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제프 오언 달러 제너럴 CEO는 “핵심 고객들이 계속해서 재정적 압박을 느낀다”고 전했다.

CNN은 시장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의 말을 인용해 “일시적이었던 팬데믹 지원금 혜택이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의 상황이 악화했다”며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품목의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소득 가구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데, 식료품과 유가 등 기본적인 비용 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노동 시장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소비 경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 오펜하이머의 브라이언 나겔 애널리스트는 “대체로 소비자 지출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바닥이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