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보기술(IT) 기업 VNG가 미국 증시 직상장에 나선다. 기업공개(IPO)가 성사되면 베트남 IT 기업 중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베트남판 카카오' VNG, 나스닥 상장 재도전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VNG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VNG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등록명세서(F-1)를 제출했다. 나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명세서에 따르면 VNG는 총 2200만 주를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UBS,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공모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19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VNG에 투자할 당시 기업가치를 22억달러(약 2조9100억원)로 평가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VNG는 이번 IPO를 통해 총 1억5000만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VNG는 2004년 베트남 호찌민에 설립된 IT 기업이다. 베트남에서 온라인 게임 개발 및 배급 사업을 하며 성장했다. 베트남 최초 SNS인 징 미(Zing Me),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징 MP3 등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VNG는 2012년 모바일 메신저 ‘잘로(Zalo)’를 출시한 뒤 급성장했다.

잘로는 베트남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다. 2020년 기준 잘로의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7500만 명에 달한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제치고 베트남 1위 메시지 플랫폼이 됐다. VNG는 잘로를 기반 삼아 모바일 결제 서비스 잘로 페이(2017년), 클라우드 서비스 VNG클라우드(2018년) 등을 선보였다.

시장에선 최근 미국 IPO 시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VNG가 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VNG는 2017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온라인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상장을 보류했다. 지난 15일 베트남 전기차 회사 빈패스트가 나스닥 입성에 성공한 것도 VNG가 상장을 다시 추진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동남아시아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졌다고 판단해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