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가 잡히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지만 성장률이 올라가면 긴축 속도를 늦추기 어려워진다. Fed가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고성장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성장세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Fed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그동안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저성장 기조가 필요하다는 이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경제 상황은 Fed의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다.

Fed가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6개월간 4.6%(전년 동기 대비) 선을 유지하다 지난 6월 4.1%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미국의 전 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 1분기 1.8%(연율 기준)에서 2분기 2.6%로 상승했다.

하반기엔 성장률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글로벌은 3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 추정 플랫폼인 ‘GDP 나우’는 3분기 실질 GDP 증가율을 5.8%로 잡고 있다.

3분기 이후 성장률이 2%대만 유지해도 Fed의 전망을 웃돌게 된다. Fed는 6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로 예상했다. 장기 성장률은 1.8%로 전망했다.

악시오스는 “9월 이후에 미국 경제가 완전히 붕괴될 경우에만 Fed의 기존 성장 시나리오가 들어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Fed가 높은 성장률을 믿고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국이 하반기에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Fed가 기준금리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도 “Fed가 물가와의 싸움에서 가장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4일 개막하는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성장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고성장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고, 성장률 수치가 미국 경제에 비해 과대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Fed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종종 성장률보다 민간 국내 최종 구매 지표가 경제 모멘텀에 대한 더 나은 신호를 제공한다”며 “최종 구매 지표는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