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 급격히 늘어난 초단기 옵션 거래 비중이 증시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상품 시장의 충격으로 미국 증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서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현재 S&P500지수 옵션 거래 중 '0DTE(Zero Days to Expiration·제로데이 옵션)' 거래 비중은 43%로 집계됐다. 제로데이 옵션 거래량은 2017년 같은 기간 6%에 불과했다. 제로데이 옵션은 만기가 24시간도 남지 않은 옵션 거래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에 붙는 프리미엄 가격이 올라간다. 상품의 현물 가격과 거래 행사가격 간 차이가 클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이 때문에 단시간에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은 만기 기한이 가까워 옵션 구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제로데이 옵션에 눈독을 들이기 쉽다.

분석가들은 "이달 들어 지난 3주 사이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제로데이 옵션 수요가 더욱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중앙은행(Fed)의 피벗(금리 인하로 정책 전환) 기대감이 꺾이면서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금융시장에 혼선이 잇따랐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S&P500 제로데이 옵션 거래량 매수 상위 10일 중 4일이 8월 한달 사이에 집중돼 있다. 또 S&P500지수 옵션 총 거래량에서 제로데이 옵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월 11일까지 한 주 동안 55%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로데이 옵션 거래는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제로데이 옵션을 판매하는 측은 옵션 행사로 손실이 날 경우에 대비해 현물 주식을 사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투자 위험도를 낮춘다. 옵션 거래량 증가가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널뛰게 되는 배경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례로 지난 15일 S&P500 제로데이 풋옵션(팔 권리) 거래량이 450억달러에 달하자 헤지(위험 분산)에 나선 주식 매매로 인해 S&P500지수가 단 20분 만에 0.4%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3.7% 가량 빠졌다. 일부 분석가들은 "여름철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옵션 거래의 인기가 벤치마크 지수 자체의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2018년 '볼마겟돈 2.0'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8년 2월 변동성지수(VIX)가 전월 대비 2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파생상품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사건을 의미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