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전기차 회사가 위기에 처한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에버그란데)의 전기차 사업부에 투자하기로 했다. 헝다가 202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뒤 고전하며 파산 위기에 몰린 전기차 자회사가 생존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헝다도 5억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방전 위기' 中헝다 전기차, 두바이서 5억弗 긴급 수혈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두바이의 전기차 기업 NWTN은 헝다그룹의 전기차 자회사인 ‘에버그란데 신에너지차그룹(NEV)’의 지분 27.5%를 5억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헝다그룹의 NEV 지분율은 종전 59%에서 46.8%로 감소한다. NWTN은 NEV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을 지명할 권리를 갖는다. 향후 인수를 염두에 둔 투자라는 평가다. NWTN은 헝다그룹 채권단이 요구한 부채 구조조정 조건에 따라 27억달러 규모의 부채 스와프 계약도 맺을 계획이다.

헝다가 디폴트를 선언한 뒤 NEV의 적자 폭은 갈수록 증가했다. 2021~2022년 순손실 규모는 약 117억달러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파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NEV 관계자는 WSJ에 “(NWTN의 투자는) 고갈된 자금을 다시 회복할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디폴트 전 헝다는 2025년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NEV가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 될 것이란 야심 찬 계획이 있었지만, 디폴트 뒤 운영 자금 부족에 시달렸다. NWTN이 NEV에 투자했다는 소식에 홍콩증시에서 NEV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47% 폭등한 2.24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 기준 홍콩증시에서 NEV의 시가총액은 미국 달러 기준 24억달러였다. 2021년 4월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 NEV 시총은 800억달러를 넘긴 바 있다.

NWTN은 두바이 기업이지만 중국과의 관련성이 크다. NWTN은 중국의 전기차 기업 아이코닉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난 우가 2016년 두바이에 설립한 전기차 기업이다. 아부다비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두고 있다. NWTN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을 내지 못했다. 전기차 모델 연구개발(R&D)에만 비용을 쓰고 대량 생산을 하지 않아서다.

이번 거래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보해 중동 지역에서 증가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