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訪日 또 취소…"국왕 건강 나빠져"
‘미스터 에브리싱’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일 일본 방문을 돌연 취소했다. 2022년 11월 방일을 앞두고 갑자기 취소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일본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 방문을 연기했다고 이날 오전 발표했다. 당초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일본에 도착해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22일에는 나루히토 일왕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측으로부터 19일 밤 국왕 건강 상태를 고려해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다시 양국이 일본 방문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8세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19일(현지시간)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사우디 왕실은 이날 오전 살만 국왕이 고열과 관절통 증세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살만 국왕은 2015년 왕위에 올랐지만 이후 국정은 빈 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주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22년 11월에도 일본 방문을 돌연 취소했다. 당시 양국 정부는 입을 닫았다. 중이염, 일본의 원유 증산 요구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하지만 뒤늦게 알려진 이유는 '의전'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 황실 인사와의 만남, 공항 마중 등을 요구했는데, 일본은 이를 무리한 요구로 봤다. 일본 황실은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만 선별적으로 면담한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은 방문했는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항에서 영접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당초 21일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산업 및 금융 협력을 위한 포괄적인 틀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사우디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의 일본 도쿄증시 상장도 추진할 방침이었다.

사우디는 석유에서 벗어나 산업 다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증시를 통해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우디 주식을 편입한 ETF의 도쿄증시 상장이 목표다.

사우디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국 주식 매입과 관련해 보유 한도, 시장 참여 등에 조건을 두고 있다. 사우디 투자 ETF는 지난해 11월 홍콩증시에 상장하며 아시아 금융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일본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성장성 있는 사우디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