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들의 부실 자산이 5900억달러(약 747조원)를 넘어서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기업들이 늘린 부채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맞물리며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저금리 시대 늘어난 빚이 뇌관

글로벌기업 부실자산 5900억弗…'大파산의 시대' 오나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세계 기업들의 부실 채권 및 부실 대출 규모가 약 5900억달러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스프레드(회사채와 국채 금리의 차이)가 10%포인트 이상이고 액면가의 80% 미만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스프레드가 클수록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정책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수년 동안 ‘제로 금리’ 정책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10회 연속으로 올렸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Fed는 1년3개월 만인 지난달 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시장에서는 이달 다시 금리를 올리고 고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초저금리 시대에 회사채를 대거 찍으며 자금을 끌어모은 저신용등급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S&P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하이일드 채권과 레버리지론 규모는 2021년 3조달러로 2008년 이후 두 배 이상 커졌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한 고위험·고수익 채권이다. 레버리지론 역시 저신용등급 기업이 자산을 담보로 일으킨 대출을 뜻한다. 유럽에서는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판매가 2021년에만 40% 이상 증가했다. 중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은 작년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1.3%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회사채·대출 만기가 다가올수록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나 리파이낸싱(차환)도 이제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향후 몇 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를 7850억달러(약 990조원)로 집계했다.

○‘디폴트 기업들 늘어나나’ 예의주시

전문가들은 이자 또는 원금을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로펌 클리어리가틀립에서 기업 파산을 담당하는 리처드 쿠퍼 파트너변호사는 “최근 기업 파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만 120개 넘는 대형 기업이 파산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세계 투기등급 기업의 디폴트 확률이 6월 말 기준 3.8%에서 내년 5.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인 13.7%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런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기준금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펼치면 기업의 신용 경색 확률이 올라가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디폴트 위험도 커진다. 기업 디폴트 사례가 늘어나면 은행은 대출을 더 제한해 기업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 게다가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가 둔화하는 점도 문제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중국 경제 둔화가 지속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광범위한 ‘디폴트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