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보다 빠르게 감소한 구리 공급량에…재고 부족현상 심화 [원자재 포커스]
LME 구리 재고 4만t 밑돌아
수요 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감소
한달 새 7% 가량 상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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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구리 가격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구리 확보 경쟁이 심화해서다. 경기 둔화에도 공급은 갈수록 감소하며 구리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구리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779달러로 전날 대비 0.38%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지난 21일 6주간 최고치였던 파운드당 3.9달러선에서 소폭 하락했다.

일주일 새 구리 가격은 하락했지만, 지난달에 비해선 큰 폭으로 올랐다. 보였다. 지난달 LME에서 t당 8100달러에 거래되던 구리는 이달 들어 8600선을 웃돌며 7%가량 상승했다.
수요보다 빠르게 감소한 구리 공급량에…재고 부족현상 심화 [원자재 포커스]
구리 공급이 크게 감소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창고의 재고는 약 7만 7050t을 기록했다. 지난 3주간 10만 1000t에서 약 3만t이 새로 공급됐지만 소진 속도가 공급을 앞질렀다. 현재 판매할 수 있는 재고는 3만 1900t으로 세계 시장에 11시간만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런던뿐 아니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도 구리 재고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두 곳의 구리 재고량은 총 16만 5500t에 달했다. 글로벌 거래소의 구리 재고는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4만 5500t 감소했다.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재고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전날 LME 구리 시장에선 '백워데이션' 전환이 나타났다. 백워데이션은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현상을 뜻한다. 현물 구리 수요가 선물을 크게 앞지른다는 뜻이다. 현물을 미리 매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하자 선물(3개월물) 대비 현물 프리미엄은 t당 3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트레이딩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침체로 인해 구리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중국 경제도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자 구리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소비의 60%를 차지한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t당 7910달러로 연저점을 찍기도 했다.

수요 감소 폭보다 공급 축소가 더 컸다는 관측이다. 세계 구리 생산국 1위인 칠레는 최근 광업세를 큰 폭으로 올렸다. 지난달 칠레는 연 8만t 이상의 구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최고 47%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5만t 이상의 구리를 판매하는 기업에는 구리 판매당 종가세 1%를 부과한다. 사실상 구리 생산량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얘기다.

구리 수요는 반등할 전망이다. 지난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강력한 부양정책을 곧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평가다.

구리 가격이 앞으로 10배 이상 폭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초과 수요 현상이 더 심화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원자재 중개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프리틀랜드는 "구리 채산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광산 발굴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자원 확보전이 본격화하면 구리 가격은 앞으로 10배 이상 뛰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