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뉴욕 3대 증시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는 소폭 내리고, 원유는 러시아 쿠데타 이후 긍정적인 장기 전망이 나오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Ifo 경기 환경 지수는 88.5로 예상치인 90.7을 밑돌았다. 전월에 이어 두달 연속 내렸고, 향후 경기 기대지수도 83.6으로 예상치(88.0)에 미치지 못했다. 내수와 수출 전망이 모두 나빠지면서 2분기에도 GDP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역시 소비자 주도 경기 회복이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열린 용선 축제에서의 소비 지출이 팬데믹 이전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에서는 중국의 여행 평균 1인당 지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6% 내렸다며 소비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쿠데타 ‘여진’...엇갈리는 원유-증시 전망[정소람의 미나리]
미국의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Mfg 산업 지수도 6월 -23.2를 기록했다. 예상(-26.5) 보다는 선방했으나 향후 제조업 경기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라는 지표다.

주말에 일어난 러시아 쿠데타 소식도 증시의 주요 관망 포인트로 작용했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바그너그룹은 모스크바 코앞에서 철수했지만, 푸틴 정권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러시아 루블화는 한때 15년만에 최저치까지 내리기도 했다.

다만 원유 시장은 러시아의 혼란으로 인한 공급 우려가 있었으나, 쿠데타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폭락을 면했다. OPEC에서 2045년까지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도 원유 가격 회복에 도움을 줬다.

월가에서는 신중한 시장 전망과 추가 상승을 점치는 분석이 모두 나왔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CIO(최고 투자 책임자)는 단기 매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기업 실적 위험이 커졌고, 유동성 악화로 인한 여파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도이치뱅크도 낙관적 전망은 유지하나, 투자자들이 빅테크가 아닌 순환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다만 벨몬트그룹과 펜 뮤추얼, RBC캐피털마켓은 추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RBC는 주식이 이미 지난해 가을 바닥을 찍었고, 강세가 더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목 중에서는 은행주 소식이 이어졌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MD(전무이사) 125개 일자리를 줄이기로 발표했다.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조치다. 팩웨스트(PACW)는 ARES에 35억불 자산 담보 대출을 넘기기로 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루시드(LCID)는 영국 애스턴마틴과 협력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초호화 고성능 전기차를 공동 개발해 2025년 출시하기로 했다. 루시드의 파워트레인과 배터리를 애스턴마틴에 공급하기로 했고, 전체 계약 규모는 4.5억달러로 알려졌다.

반면 테슬라에 대해서는 신중한 투자의견이 나오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목표가는 248달러로 높였지만 금요일 종가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제약주는 비만 치료제 개발 상황에 따라 주가가 엇갈렸다. 화이자는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인 로티글립론 임상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인 오르포그리프론이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는 소식이 작용했다.

카니발은 나쁘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약세였다. 매출은 49억달러로 예상치를 상회했고, 적자폭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비용도 함께 높아지면서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다만 카니발 측은 예약이 사상 최대라며 향후 매출이 긍정적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알파벳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UBS가 인공지능(AI) 붐이 단기적으로 구글 검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렸다. 목표 주가는 132달러로 제시했다. BMO캐피털마켓은 주택 시장 반등을 이유로 페인트 업체인 셔윈윌리엄스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냈다. 월마트와 아마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뉴욕=정소람/신인규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