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뉴욕 3대 증시는 13일 상승세로 출발했다. 시장은 14일 열리는 FOMC(통화 정책 결정 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발표된 미국의 5월 CPI 상승률은 4.0%로 나타났다. 예상치인 4.1%보다 낮았고, 4월의 4.9% 보다 꺾였다. 전월대비 상승률도 0.1%로 4월의 0.4%에서 둔화했고, 예상치에 부합했다. 에너지 가격이 눈에 띄게 꺾이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휘발유 가격은 한달새 5.6% 꺾였다.

에너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근원 CPI 상승률(전년 대비)은 5.3%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5.2%) 보다 소폭 높았으나, 4월의 5.5% 보다 내렸다. 전월비로는 0.4%로 예상과 일치했다. 다만 주거비는 아직까지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이번 CPI가 발표된 후 14일 열릴 FOMC(연방공개 시장 위원회)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더욱 실었다. 시카고 Fed 워치 기준 기준 금리 동결 가능성은 한때 99%를 넘어섰다. 연준은 오는 14일(한국시간 15일 새벽)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 회견에서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 밑돈 5월 CPI, 시장 "금리 동결" 확신[정소람의 미나리]
전일 중국은 RRP(역레포) 금리를 2.0%에서 1.9%로 10bp 내렸다. 작년 8월 이후 10개월만의 인하로, 통화 정책을 완화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5월 신규 대출은 1조3600만 위안으로 예상치인 1조6000만 위안을 밑돌았다. 중국이 리오프닝 이후에도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때문에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RRR)이나 대출우대금리(LPR) 등을 조절해 추가적인 완화 정책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OPEC은 6월 보고서에서 원유 수요 전망을 유지했다. 올해 하루 23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측, 지난달 전망과 동일했다. 선진국 중 미국·아태지역 수요는 강하지만 유럽에서 약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경유 수요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중국·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줄고 미국·브라질·캐나다의 생산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종목 중에서는 인텔과 소프트뱅크가 ARM의 나스닥 상장 준비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ARM은 세계적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AP 90% 설계한다.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80~100억불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인텔은 올해 4월 ARM과 손잡고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시스템온칩을 생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영국의 생성형 영상 AI 업체인 신세시아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회사는 초기 자금으로 9000만불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기업가치는 10만불로 평가됐다. 엔비디아의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회사의 플랫폼은 120개 언어로 AI 아바타를 생성, 카메라나 배우가 없이도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전일 AI 기대감을 받은 오라클도 강세를 보였다. 분기 실적은 예상을 상회했고, AI 클라우드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다.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도 전년 대비 76% 증가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보다 더 빠른 성장을 보였다.

타 종목 중에서는 카타르 재벌인 셰이크 자심이 인수할 가능성이 거론된 맨유(MANU)가 급등세를 보였다. 전고체 EV(전기차) 배터리를 공개한 도요타도 강세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10분 충전에 12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꿈의 배터리'고 불리지만, 기술 문제로 상용화가 어려웠다. 도요타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대를 보았다.

보고서 중에서는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내리는 투자 의견이 눈에 띄었다. UBS는 애플이 전일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반기 아이폰, 맥북 판매 부진을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데본에너지(DVN)에 대해 매수 의견을, JP모간은 지역은행 퍼스트호라이즌(FHN)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의류주인 어반아웃피터스에 대해서는 모건스탠리가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