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해 6월 하강을 시작해 12월 이미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증시도 향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자 상당수가 향후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나온 상반된 결과라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경기체제지수(ERI)를 인용해 “미국 경기에서 최악의 상황은 이미 몇 달 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RI는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는 주요 경제 지표들의 월별 변화를 분석한 지수다. 설비가동률과 실업수당 청구 건수, 제조업 지수 등이 반영된다.

이 지수가 12월 저점에 도달한 뒤 올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블룸버그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은행 파산과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뉴욕증시가 반등했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경기가 이미 최악의 상태를 지났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길리언 울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향후 주식이 상승할 여력이 높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도 ERI가 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하면 S&P500 지수가 올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70년 이후 8번의 경기침체에서 ERI가 최저치를 기록한 후 3개월 간 S&P500의 수익률은 평균 8.9%였다. 12개월 수익률 평균은 20%에 달했다. S&P500은 올 들어 7.8% 올랐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팀 헤이스는 올해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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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향후 경기 침체와 약세장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데이터제공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 들어 15주 중 11주 동안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에서 돈을 뺐다.

미국 경제 성장을 지탱했던 소비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전문가 추정치(-0.4%)와 전월(-0.2%)보다 하락폭이 컸다.

앞서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 62명을 대상으로 이달 초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61%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전략가는 앞으로도 완만한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있지만 뉴욕증시 강세론을 고수했다. 경기침체 위험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S&P500이 현재 수준보다 11% 더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