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정밀 방역’을 제시했음에도 각 지방정부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물리적 충돌 등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자재와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곳곳에서 ‘백지 시위’

베이징대, 상하이해양대 등 전국 대학에선 28일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빈 A4용지(백지)를 든 학생들의 산발적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에서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처음 나온 ‘통일된’ 저항의 표시다.

통제 완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 우한, 시안, 난징 등 전국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3년 동안의 코로나19 통제로 쌓인 불만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에선 전날 시위 현장을 촬영하던 BBC 기자를 경찰이 수시간 구금하고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BBC는 “구금 당시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떤 설명이나 사과도 없었다”며 “석방 이후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저항이 거세지고 있지만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상하이시는 29일부터 식당, 마트 등 공공·대중시설에 출입하려면 48시간 이내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28일 발표했다. 허용 시간을 기존 72시간에서 하루 줄여 이동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시는 이날부터 식당 영업을 중단하고 기업들에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외부에서 선전으로 들어온 사람은 사흘 동안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한다. 중앙 행정부인 국무원이 지난 11일 내놓은 새 방역지침은 각 지방에 외부인이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다. 선전시의 이번 조치는 외부인 진입은 허용하면서 진입 후 이동을 제한하는 우회 수단이다. 상하이도 지난주부터 외부 진입자의 5일 이동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다만 베이징시 보건당국은 전날 방역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단지 임시봉쇄는 24시간 이내가 원칙’이라는 지침을 새로 내놨다. 동 및 아파트단지별로 2~3일씩 임의적 봉쇄가 반복되면서 시민 불만이 폭발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전날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8808명으로 닷새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3860명으로 최고 기록인 26일의 4245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베이징은 신규 감염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주말 대부분의 PCR검사소 운영을 중단하는 ‘꼼수’를 동원했다.

아시아 증시 동반 약세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태 역시 강하고 빠르게 억누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산당은 반대 여론을 진압해온 오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조직화되지 않은 시위는 이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상하이 등 집단행동이 거센 지역에선 문구업체들이 자진해서 A4용지 판매를 중단했다. 청킴와 홍콩폴리텍대 교수는 “당국은 사소한 정책 조정으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세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3% 하락하면서 지난 11일 회복했던 17,000선을 내줬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1% 이상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1.21%, 일본 닛케이225는 0.42% 내렸다. 상하이 외환시장의 위안화 환율도 장중 1%대 급등(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가 중국의 ‘위드 코로나’를 조금이나마 앞당길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각국 증시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예상했던 내년 4월 이전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당겨 해제할 가능성이 30%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 유가도 내렸다. 이날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62% 내린 배럴당 74.31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작년 12월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브렌트유도 2%대 하락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