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판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시장 기대를 웃돈 실적을 내놨다. ‘알뜰 소비’ 수요가 몰리면서 월마트의 자체 브랜드(PL) 식료품 판매가 늘어난 덕을 봤다. 인플레이션 영향이 클 것으로 여겨졌던 홈디포도 견고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매업계 침체에 대한 시장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월마트, 분기 매출 8.7% 늘어...재고 증가세 둔화 뚜렷

15일(현지시간) 월마트는 "2023회계연도 3분기(지난 8~10월) 매출이 전년 동기(1405억원) 대비 8.7% 늘어난 1528억달러(약 202조6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50달러였다. 팩트셋 추정치인 매출 1477억달러, EPS 1.32달러를 모두 웃도는 성과다.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해 월가 추정치(4.3%)의 약 2배에 달했다. 호실적에 월마트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6.54% 오른 147.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19일 기록했던 연중 최저가(119.07달러) 대비 24%나 뛰었다.

호실적을 이끈 건 식품 사업이다. 월마트 식품 매출 중 자사의 PL 제품 비중이 전분기 대비 1.3%포인트 늘었다. 이 상승분의 75%가 연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인 가구에서 나왔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고소득층이 실속형 소비에 집중하자 월마트가 그 수혜를 봤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에는 좀처럼 방문하지 않던 고소득 고객이 이젠 더 자주 월마트를 방문하고 있다"며 "고물가로 고객들이 가격에 민감해진 만큼 월마트도 비용과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표도 개선됐다. 경기 침체의 신호처럼 여겨졌던 재고 증가율은 2023회계연도 1분기(지난 2~4월) 32%에서 2분기 25%, 3분기 13%로 급감했다. 전년 동기 대비 광고 매출은 8.2%, 전자상거래 매출은 16% 늘었다. 월마트는 올해 연매출 증가율 추정치도 기존 4.5%에서 5.5%로 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주택 보수 수요 증가에 홈디포도 '방긋'

주택 인테리어 물품 업체인 홈디포도 호실적을 발표했다. 홈디포는 "2022회계연도 3분기(지난 8~10월) 매출 388억7000만달러(약 51조5500억원)를 기록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팩트셋 추정치(379억5000만달러)도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동일점포 매출은 4.3% 늘었다. 건축자재, 배관, 목재 등 보수 관련 물품의 매출이 늘어난 반면 필수품 성격이 덜한 가전제품, 실내 정원용품 등의 매출은 줄었다.

홈디포는 최근 투자업계 일각에서 '인플레이션 수혜주'로 평가 받았던 업체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20년 만에 연 7%를 웃돌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이 이 업체엔 호재였다. 주택 매수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기존 주택을 개조, 보수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테드 데커 홈디포 CEO는 이날 "거시경제 여건이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주택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디포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63% 오른 311.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월마트와 홈디포의 실적 발표가 소매주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며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인플레이션이 하향 국면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PPI는 전년 동기 대비 8.0% 올랐다. 전월 수치이자 월스트리트저널 추정치였던 8.4%를 0.4%포인트 밑돌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