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2월 50bp 인상한다해도, 내년 내내 25bp 올린다면?
1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중국 증시가 2~5% 폭등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내년 3월 경제 재개를 목표로 코로나 봉쇄 완화를 논의할 위원회를 만든다는 소문이 나돈 덕분입니다. 하지만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을 알지 못한다. 정말로 아는 것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 이후 주가 상승 폭은 약간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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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또다시 25bp 올렸습니다. 지난 9월 시장 예상(50bp)보다 낮은 25bp만을 인상했던 RBA는 그 이후 3분기 인플레이션이 7.3%로 2분기(6.1%)보다 더 높게 치솟자 좀 곤란해졌죠. 그런데도 또다시 25bp만 올리면서 큰 폭의 금리 인상에선 손을 떼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RBA는 "통화 정책이 시차를 두고 작동하며 금리 인상의 완전한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RBA의 조치에 호주 달러는 내리지 않고 올랐습니다. 시장도 중앙은행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반긴 것입니다.

이런 소식에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오늘 아침 금리가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중국의 봉쇄 완화는 공급망 정상화를 뜻하고, RBA의 조치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희망을 자극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께 10년물 금리는 3.927%까지 떨어져 다시 4%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2년물 금리는 오전 8시 반께 4.404%에 거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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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에 뉴욕 증시는 오전 9시 30분 0.4~1.4%에 이르는 큰 폭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30분 뒤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9월 구인·구직 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건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 탓입니다. 9월 말 기준 채용공고는 전달보다 43만7000건 증가한 1072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치인 975만 건을 크게 웃도는 것입니다. 또 8월 수치도 기존 1005만 건에서 1028만 건으로 23만 건 상향 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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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의장은 '뜨거운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로 JOLTS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업자 1인당 2개에 달하는 일자리로 인해 임금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요. 그래서 긴축을 통해 이렇게 뜨거운 노동시장을 식히겠다고 했습니다.

한때 실업자(580만 명) 1인당 2개에 육박하던 채용공고는 지난 8월 1.68개로 감소해 노동시장 냉각에 대한 희망을 줬지만 9월 다시 1.86개로 뛴 것입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는 실업자 1인당 빈 일자리가 감소하기를 원했는데, 9월에 다시 증가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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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자발적 퇴직자 수도 410만 명으로 15개월 연속 4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자발적 퇴직률은 2.7%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인들이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해고는 130만 명으로 전월보다 줄었고, 해고 비율은 0.9%로 전월과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취업정보업체 인디드의 닉 벙커 이코노미스트는 "JOLTS의 주요 지표를 보면 여전히 노동시장은 탄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자드 애셋의 론 템플 미국 주식 헤드는 "채용공고 수치가 어떤 지침이 된다면 Fed의 비둘기파적 전환에 대한 희망은 잘못된 곳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제 둔화의 여러 징후에도 불구하고 9월 신규고용 증가와 채용공고 데이터는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수 있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탄탄한 노동시장은 기준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Fed 전환 기대는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에 함께 발표된 미국공급협회(ISM)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해 전월(50.4)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월가 예상(50)은 넘었습니다. 또 50 이상을 유지해 위축 국면을 피했습니다. 세부 지수를 보면 지불가격은 9월 51.7에서 10월 46.6으로 큰 폭으로 감소해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또 신규 수주는 9월 47.1보다 높아진 49.2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위축 국면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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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언 캐피털의 리처드 파 전략가는 "채용공고는 늘어났고 건설지출은 예상보다 좋았으며, 제조업 PMI에서 지불가격은 하락했다. Fed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계속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델타항공의 조종사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에서 99%가 압도적으로 파업을 찬성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 조종사들도 향후 18개월 동안 임금을 15% 높여주겠다는 제안에 대해 94%가 반대투표를 던졌습니다. 미국의 임금 상승 압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죠.

JOLTS 수치가 발표된 뒤 주요 지수는 금세 마이너스로 전환됐습니다. 또 10년물이 4%대를 회복하는 등 금리는 치솟았습니다. 10년물은 오후 3시 반께 전날보다 0.8bp 오른 4.062%에 거래됐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을 좇는 2년물은 5.4bp나 올라 4.540%를 기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2월 50bp 인상한다해도, 내년 내내 25bp 올린다면?
하지만 Fed가 12월에 50bp를 인상할 확률은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12월 50bp 기준금리 인상 베팅이 여전히 49%로 전날 49.7%와 거의 같았습니다. 75bp 인상 베팅도 46%로 전날 44.5%와 비슷했습니다. 다시 높아진 JOLTS 수치에도 '12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는 흔들리지 않은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에버코어 ISI, 블랙록 등도 12월 50bp 인상을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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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조절에 대한 정치적 압력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월요일 제롬 파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놀라운 속도로 금리를 계속 인상하려는 Fed의 계획과 앞으로 몇 달 동안 고통이 예상된다는 파월 의장의 불안한 경고"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로이터는 백악관의 리처드 번스타인 경제 고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Fed의 선회(pivot)를 지지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초) Fed의 긴축 정책으로의 피벗을 지지했다"라고 멘트를 수정했습니다.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발언을 지금 왜 했을까 궁금합니다. 이 사건이 환율과 금리에 일부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12월 50bp 예상은 유지됐지만 달라진 게 있습니다. 바로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입니다. Fed워치 시장에서 전날 4.9% 수준에 머물던 최종금리 베팅은 오늘 5.06%까지 치솟았습니다. 즉 12월 50bp로 인상 폭은 낮추되 내년에 25bp씩 올리는 횟수를 늘려 최종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노동시장이 식지 않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정점은 지났지만 제대로 꺾어지질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4.8%로 Fed의 목표(2%)의 두 배가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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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골드만삭스, 에버코어ISI는 기존에는 Fed가 내년 2월 25bp를 올린 뒤 금리 인상을 끝낼 것으로 봤다가 어제 내년 3월 25bp를 한 번 더 올릴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12월 FOMC가 50bp로 인상 폭을 줄이되 최종금리가 좀 더 높아진 새로운 점도표를 제시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유는 3가지입니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불편한 정도로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두 번째, 임금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 경로를 추세 이하로 유지시키려면 더 높은 기준금리가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세 번째로는 Fed의 조기 전환 예상에 따른 너무 빠른 금융여건 완화로 인해 좀 더 긴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BMO의 이안 링겐 채권 전략가는 "일자리 창출이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연말과 2023년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위한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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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워치 시장에 나타난 것처럼 내년 3월, 5월, 6월까지 25bp 인상이 이어진다면 뉴욕 증시는 "인상 속도가 감소했다"라고 환호하면서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Fed는 계속 75bp를 올릴 수 없고 긴축 속도를 줄이게 되리라 생각한다. 75bp에서 50bp, 그리고 25bp로 낮추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Fed가 내년 내내 25bp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면 그것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이 자꾸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WSJ에 따르면 FHN 파이낸셜은 Fed가 내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약 6%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짐 보겔 채권 전략가는 "Fed는 12월에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우리 예측에서는 여전히 6%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11월 75bp, 12월에 50bp를 올리면 기준금리는 4.25~4.5%가 됩니다. 내년 6월까지 FOMC가 4차례 더 열리는 만큼 한 번 50bp를 올리고 세 번 25bp씩 인상하면 6%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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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이 힘을 얻는다면 '속도 조절'이라는 '미니 선회'(mini pivot)만 쳐다보고 있는 시장은 힘을 잃을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개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여정이 아니라 목적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논쟁의 초점이 어떻게 올리느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올리느냐가 될 것이란 뜻입니다. 바클레이스는 주가가 Fed의 잠재적 선회를 예상하며 랠리 했지만 최근 데이터가 뚜렷한 변화를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2주 동안 전술적으로 중립을 유지한 후 위험 자산을 다시 공매도하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모든 건 12월 FOMC 이전까지 나올 고용과 물가 데이터에 달려 있습니다. JOLTS 수치가 나온 뒤 당장 이번 주 4일 발표될 10월 고용보고서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10월 신규고용 수치에 대한 컨센서스는 19만 개 증가입니다. 이 정도가 나온다면 '미니 선회'에 대한 희망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10월 신규고용이 18만 명 증가에 그쳐 9월 26만3000명보다 많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규고용 22만5000명을 예상합니다. 3달 연속으로 감소하는 것이지만 그리 많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고용보고서가 단기적으로 Fed의 금리 인상 경로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역시 22만5000개 증가를 전망합니다. 골드만삭스는 "계속해서 신규고용이 감소하는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빅데이터는 10월에 혼조세를 보였지만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11월 연말 쇼핑철을 앞두고 오히려 일자리가 약간 늘어나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 눈여겨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FOMC 발표를 앞두고 있는 데다 최종금리 예상까지 솟구치자 증시는 약세를 유지했습니다. 다우는 0.24%, S&P500 지수는 0.41% 내렸고 나스닥은 0.89%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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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마존은 5.52%나 내렸습니다. 시가총액이 9870억 달러로 떨어지면서 1조 달러 클럽에서 탈락했습니다. 2020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 5거래일간 무려 16%나 폭락했습니다. 실적 발표 이후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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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통신위원회(FCC) 위원이 정부에 틱톡 금지를 요구했다는 악시오스 보도에 메타는 2% 반등했습니다. 스냅도 3% 넘게 올랐습니다.

우버는 분기 손실에도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고 4분기 전망치가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12%가량 급등했습니다. 우버는 "소비자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