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로고. 연합뉴스
HP 로고. 연합뉴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가 PC 제조업체 HP 주식 11.4%(1억21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일단 HP 주가는 7일(현지시간) 14.77% 급등했다. 하지만 버핏의 HP 매수에 대해 월스트리트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버핏을 옹호하는 쪽은 HP가 저평가된 상황이고 주주친화정책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주가이익비율(PER)은 9배로 S&P500 평균인 20배보다 낮다. 올해 HP는 40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배당도 분기별 25센트씩 지급한다.

HP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HP는 지난해 킹스턴테크놀로지의 하이퍼X(HyperX) 게임 주변기기 사업부를 4억2500만달러에 샀다. 하이퍼X는 키보드, 마우스패드, USB마이크, PC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지난주엔 헤드셋 등 화상회의 제품을 만드는 플랜트로닉스(티커 POLY)를 3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반면 버핏이 무리수를 뒀다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HP의 PC 사업 실적이 급증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PC가 덜 팔릴 것이란 주장이다.

버핏의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지기 전 월스트리트는 HP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주로 냈다. 에릭 우드링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34달러에서 31달러로 하향조정했다. 그는 "PC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에 기업은 PC보다 서비스, 통신,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지출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PC 출하량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로드 홀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주 HP 주식에 대한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그는 "저사양 소비자에 대한 PC 수요가 이미 완화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의해 소비가 줄어들며 올해 PC 판매 대수가 11%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