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최고경영자(CEO·사진)로 있는 벅셔해서웨이가 휴렛 팩커드(HP) 지분을 사들이면서 6일(현지시간) 장 마감후 시간외거래에서 HP 주가가 10% 급등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HP 주식 1억2100만 주를 보유 중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42억달러(약 5조1000억원) 이상, 지분율로는 11.4%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HP 주식 약 1억982만 주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4~6일 3일간 주당 35~37달러에 HP 주식 1100만 주를 사들였다.

이날 주식 매수 소식이 알려지자 전일 대비 3% 하락한 34.91달러에 장을 마감한 HP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0% 오른 38.38달러까지 치솟았다. HP 주가는 지난해 53% 상승했지만 올 들어선 이날 종가 기준 7.3% 하락한 상태다.

버핏이 찍은 HP 10% 급등
HP는 주가수익비율(PER)이 6.4배에 불과해 평소 가치주를 선호하는 버핏 CEO의 성향에 들어맞는 종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아미트 다리아나니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HP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벅셔해서웨이가 선호할 만한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올 들어 S&P500지수가 6% 가까이 하락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최근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주식 보유 규모를 76억달러까지 늘린 가운데 지난달 21일 보험사 알레가니를 116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역사적으로 벅셔해서웨이는 기술주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기술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HP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그간 PC 사업에서 특수를 누렸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35억달러로 전년(566억달러) 대비 12.1% 늘었다. 최근엔 사무실 장비 시장 전반에서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통신설비 제조사인 플랜트로닉스를 약 17억1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PC와 프린터 등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헤드셋, 회의용 전화기 등 화상회의용 제품군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코로나19 유행세가 진정 국면을 보이면서 HP 성장세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에릭 우드링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HP의 목표 주가를 34달러에서 31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되면서 PC 수요가 줄고 제품 재고가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