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사 AIG가 생명보험과 연금 등 은퇴자산 사업부의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업가치는 200억달러를 넘어 올 들어 상장에 나선 기업 중 최대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G는 생명보험과 은퇴자산운용 사업 등을 맡은 SAFG리타이어먼트서비스의 IPO 서류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상장 후 코어브리지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꿀 계획이다. 피터 자피노 AIG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생명보험과 은퇴자산운용 사업부를 독립 기업으로 분리하기 위한 큰 진전"이라고 했다.

IPO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SAFG는 지난해 전년보다 55% 상승한 233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세후 영업이익은 14.5% 상승한 2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신규 상장 기업의 가치 평가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411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2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블랙스톤이 SAFG 지분 9.9%를 22억달러에 매입한 것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올해 미 주식시장에선 신규 상장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다. 올해 1월 이후 IPO에 나선 기업은 33곳에 불과했다. 이들이 시장에서 조달한 모금액도 27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엔 미국에서 150개 기업이 IPO에 나서 560억달러 넘게 조달했다. SAFG는 올해 들어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IPO 신청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상장이 마무리되면 수년간 진행된 AIG의 구조조정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AIG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항공기 임대사업부와 소비자 금융사업부 등을 매각했다. 2015년과 2017년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일반보험 사업부와 생명보험 사업부를 분리하라고 요구했지만 AIG 경영진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AIG 방침이 바뀐 것은 2020년부터다. 당시 수익성이 악화하자 경영진은 생명보험부문을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IPO 서류 제출 소식과 함께 AIG는 15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운용을 블랙록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외부 자산운용사에 자금운용 외주를 맡기면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