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년 1월이면 기업 이익이 꺾일 것이란 분석
월가의 3분기 어닝시즌이 13일 본격화됩니다. 금융주 JP모간이 오전 8시 30분 실적을 공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은 3분기 전년동기 대비 27.5% 증가한 이익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실제 이익 증가 폭은 27.5%보다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5년간 S&P500 기업들이 실제 보고한 이익은 월가 예상치를 평균 7.2%포인트 초과했습니다. 이를 산술적으로 더하면 이번 분기 이익증가율이 34.7%에 달할 수 있습니다. 지난 5개 분기로 시간을 좁히면 실제 이익은 월가 예상치를 19.5%포인트 넘어섰습니다. 3분기 이익이 47.0%(27.5%+19.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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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셋은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기업 21곳을 보면 76%가 월가 예상을 넘었고, 이들의 실제 이익증가율은 예상치를 4.4%포인트 초과했다고 집계했습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치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월가는 전반적으로 3분기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습니다. 소비 경기와 임금, 물가, 세율, 환율 등 많습니다.이들 요인들이 악화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12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6.0%에서 5.9%로 0.1%포인트 낮췄습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월보다 1.0%포인트 낮춘 6.0%로 떨어뜨렸습니다. IMF는 2분기 재고 감소와 이후 공급망 혼란, 소비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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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골드만삭스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5.6%로 소폭 낮췄었죠.

경기 전망이 둔화됐는데도 유가는 또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0.15% 상승한 80.6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장중 81.6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브렌트유(12월물)는 0.3% 내린 배럴당 83.4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는 5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7월 이후 가장 긴 상승세입니다. 특히 유가와 달러가 동반으로 5주 연속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1983년 이후 최장입니다.

이날 뉴욕연방은행이 공개한 9월 소비자 설문에서 향후 1년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31%로 8월의 5.18%에서 또다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Fed는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11개월 연속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공급망과 노동시장 혼란 등 팬데믹 상황에 의해 유발된 일시적 현상이라고 믿고 있다"라면서도 "여러 데이터에 따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2%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얼마가 될지 말할 수 없지만, 상승 위험이 현저하다"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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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고용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물가 압력에 맞서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한 겁니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채용공고(job opening)에서는 임금 상승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채용공고 자체는 전달보다 65만9000건 감소한 1043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상 최고치에서 조금 줄어든 겁니다.

여러 수치 중 월가가 주목한 것은 자발적 퇴직 비율입니다. 8월 자발적 퇴직은 전달보다 24만2000건 증가한 427만 건, 퇴직률 2.9%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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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중소기업 모임인 미국자영업연맹(NFIB)의 9월 조사를 보면 이는 명확해집니다. 전달보다 1%포인트 증가한 51%의 중소기업이 노동자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없다고 답해 석 달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42%는 노동자들의 보상을 올려줬다고 답했습니다. 이것도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들의 낙관론은 99.1로 떨어져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년 1월이면 기업 이익이 꺾일 것이란 분석
이처럼 물가 불안이 커지자 13일 아침 발표될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5.3%, 근원 수치는 4.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7, 8월 5.4%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또 전월 대비로는 각각 0.4%와 0.3%를 예상합니다.

또 워싱턴에서는 법인세 인상 논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프라 법안 규모에 따라 26.5%가 될지, 25%가 될지 결정만 남았을 뿐 인상은 확실합니다.

모두가 기업 실적에 부정적 요인들입니다.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내놓은 21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콘퍼런스콜에서 직원 채용의 어려움,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 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 공급망 혼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경고한 곳도 15개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분기는 그럭저럭 지나가더라도 향후 실적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BCA리서치는 경제 활동 수준, 인건비 및 생산성 추세, 차입 비용, 세율, 감가상각비, 환율 및 가격 결정력 등을 따져보니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내년부터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년 1월이면 기업 이익이 꺾일 것이란 분석
S&P500 기업들은 팬데믹 이전인 작년 1월보다 32%나 높은 주당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마진도 지난 9월 14.4%를 기록해 팬데믹 이전의 11.7%보다 훨씬 높지만 앞으로 여러 도전이 있다는 것입니다.

BCA리서치가 지적한 것은 여섯 가지입니다.

1. 경제성장률 부진에 따라 외형 성장이 둔화할 것이다.
2. 생산성 향상이 정점에 이른 가운데 임금 상승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
3. 생산자물가(PPI)가 급등하면서 투입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4. 설비투자가 회복되면서 감가상각비가 증가하고 있다.
5.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바닥을 쳤고, 설비투자와 자사주매입(주주환원)을 위한 자본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6. 미국의 법인세율은 인상될 것이다

BCA리서치는 "우리 모델에 따르면 마진 증가율은 올해 8월에 정점을 찍었고 점점 줄어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마진은 올해 12월과 내년 1월 사이에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다. 내년 1월의 마진 증가율은 전년 대비 -65%로 예상된다. 2021년 1월 영업이익률은 7.2%였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고려하면 내년 1월 마진은 2.6%에 불과하며 이는 확실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예상 수치는 환율, 생산성 및 경제 활동 수준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신뢰구간이 넓다"라면서도 "우리의 가정은 보수적이며 모델은 분명히 2022년 마진 축소를 가리킨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1~0.2% 수준의 오름세로 출발하며 지난 이틀간의 하락에서 벗어날 채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뉴스들이 이어지자 결국 다우는 0.34%, S&P500지수는 0.24%, 나스닥은 0.1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반도체주 급락세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올해 4분기 D램 가격 하락이 마이크론의 매출을 감소시킬 것"이란 예상을 내놓아 마이크론의 주가가 3.61% 폭락했습니다. 또 △인텔 -2.38% △텍사스인스트루먼트 -2.53%, △웨스턴디지털 -3.51% 등 반도체주 대부분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년 1월이면 기업 이익이 꺾일 것이란 분석
이는 결국 공급망 혼란에 따른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반도체 부족은 반도체 기업에게도 좋은 게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는 여전히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칩을 팔 수 있지만, 문제는 충분히 만들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반도체 주문을 받은 뒤 실제 납품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리드 타임)이 작년 말 13주를 조금 상회했는데 올 3분기엔 평균 22주 걸렸습니다. 특히 핵심 자동차 반도체인 MCU의 리드 타임은 32주나 됩니다. 이는 과거 평균치 대비 3배에 달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년 1월이면 기업 이익이 꺾일 것이란 분석
이는 주요 제조시설이 있는 동남아시아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제대로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반도체 업체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회로기판 등 부품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WSJ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지난 6개월간 뒷걸음질 친 건 시장이 반도체 부족 장기화 및 고객사의 재고 축적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공급망 혼란 속에 재고를 쌓아놓던 고객사들이 공급난이 해소되면 주문을 줄일 것이란 뜻입니다. 씨티그룹의 크리스토퍼 데닐리 애널리스트는 WSJ에 “리드 타임이 줄기 시작하면 반도체 주식이 대량 매도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