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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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자들과 관련 기업들이 규제 강화 시도에 맞서고 있다. 암호화폐 개인투자자들은 미 의원들에게 수만 건의 전화를 걸고 있으며 기업들은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로비 관련 예산을 책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팬들이 정치세력화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영화배우 애쉬튼 커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한 개인들의 집단 대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캠페인(#DontKillCrypto)에 동조한 미 개인투자자들은 지금까지 미 의원들에게 4만통 이상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 권리 관련 비영리단체인 ‘파이트 포 더 퓨처’ 측은 “5000통만 됐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개인들의 암호화폐 규제 반대 움직임이 예상보다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개인들의 집단 반발 뒤에는 미 암호화폐 업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미 암호화폐 기업들은 올 상반기에만 로비에 230만달러(약 27억원)를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났다. 또한 최근 1년 동안 암호화폐 기업 다섯 곳이 최초로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관료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국가안보회의(NSC)의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 등을 역임한 파야르 셔자드를 고위급 임원으로 영입했다. 전자결제업체 스퀘어는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거친 줄리 스티첼을 스카우트했다. 이들 기업은 의원실 연락처 업데이트 등을 통해 개인들의 항의전화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서부 무법지대에 비유하는 등 전방위적인 규제 강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 상원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통과시키며 재원 중 280억달러는 암호화폐 관련 과세로 충당하기로 했다.

그동안 암호화폐 기업들은 단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왔지만 이제는 규제에 맞서기 위해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미 의원 중 일부가 암호화폐에 호의적인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밝힌 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