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5%로 치솟은 5월 물가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미 증시에 일부 반영된데다, 이런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란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진 덕분으로 분석됐다.

S&P 500 지수는 지난 10일에 이어 11일에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4247.4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5.0% 오른 것으로 발표된 뒤 이틀 연속 상승한 것이다. 물가는 시장 예측(4.7%)을 크게 웃돌았지만 증시는 충격을 받지 않은 셈이다.

증시 뿐만이 아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1일 연 1.45% 수준에서 마감됐다. 통상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때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전략가는 지난 11일 팟캐스트에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는 “물가상승률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높았지만 투자자들의 예상보다는 낮았다”고 밝혔다. 채권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높게 형성됐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과 5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상회했으나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시츠 전략가는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변화를 의미한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던) 지난해 4월과 5월에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이 있었는지 무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미국 중앙은행(Fed)이 쉽게 통화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오는 9월 이전까지는 통화정책의 어떤 변화도 발표하지 않으며, 테이퍼링은 내년 4월에야 실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츠 전략가는 “Fed가 작년 새로 도입한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AIT)를 지킬 것이며 이에 따라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은 못 본 체할 것”이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물가가 점진적으로 오르겠지만, Fed의 인내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츠 전략가는 "이는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이고 채권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질 것이란 걸 의미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미국 주식보다 유럽 주식이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시츠 전략가는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만약 인플레이션 논쟁이 덜한 시장을 찾고 있다면 유럽 주식시장이 그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서형교 인턴·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