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달라진 베이지북, 살아난 기술주 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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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쌓아놓았던 대손충당금 중 52억 달러를 환입했고 순이익은 14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4.50달러로 전년동기 0.78달러, 예상치 3.10달러를 48%나 웃돌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68억4000만 달러였고, EPS는 18.60달러였습니다. 전년동기 3.11달러보다 6배나 많았고, 예상치 10.22달러를 82%나 상회했습니다. 웰스파고의 분기 순이익도 47억4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보다 7배 이상 증가했고 EPS는 1.05달러로 예상치 0.71달러를 넘었습니다.
이들은 활발한 자금시장 활동과 주식 및 채권 트레이딩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냈습니다. 즉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붐 및 게임스톱 사태 등으로 거래량이 폭증하고 변동성이 커진 걸 잘 활용한 것입니다.
오전 9시 반 뉴욕 증시가 개장하자 주가 향방은 약간씩 달랐습니다. 가짜계좌 등 온갖 스캔들로부터 회복한 웰스파고의 주가는 5.53% 급등했고 골드만삭스도 2.34% 올랐지만, JP모간의 주가는 1.87% 하락했습니다. "모기지 등 대출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는 길이 엇갈렸습니다. 다우는 상승세를 보였고 나스닥은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6% 올랐지만 나스닥은 0.99% 떨어졌고, S&P 500지수는 그 중간쯤인 0.41% 하락으로 마감됐습니다.
특히 이날 오후 2시는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베이지북을 공개하자 나스닥은 심하게 미끄러졌습니다. 베이지북은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발간하는 경기 동향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2주 뒤 열리는 FOMC의 기초 자료로 쓰이지요.
이번 베이지북에선 '보통, 완만한' 등 '괜찮다'는 의미로 쓰이는 'moderate'라는 단어가 105차례나 쓰였습니다. 6주 전의 73회에 비해 급증한 것입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베이지북 단어들을 분석해 "이전보다 팬데믹, 코로나, 불확실성 등의 부정적 의미의 단어가 감소했고 백신과 보통이라는 단어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은 또 "미국인의 75%가 백신을 맞는 건 테이퍼링의 필요조건인 '코로나 위기가 끝났다'는 신호"라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의 말도 되새겼습니다. 불현듯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걸 다시금 곱씹게된 겁니다.
기술주의 기세는 급속히 위축됐습니다. 여기에 오후 1시24분께 첫 거래를 시작한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장 초반 반짝한 뒤 급락하자 기술주 전반의 분위기가 더욱 냉각됐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한 때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었고 857억 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이는 세계 모든 거래소 중의 최대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전도사들은 코인베이스의 장기적 가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특정 가상화폐를 넘어선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이 흔들린다해도 가상화폐 자체는 계속 확대될 것이란 겁니다. 그리고 코인베이스는 그 중심에서 거래중개뿐 아니라 채굴대행, 보관, 자산운용 등 온갖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세계 경제구조가 점차 가상화폐로 중심으로 바뀌면서 코인베이스가 그 중심에 설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트리밍하면 넷플릭스, 전기차하면 테슬라를 떠올리듯이 가상화폐하면 코인베이스를 생각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코인베이스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역시 규제입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정부 규제는 가상화폐 사업과 관련해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최소한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와 같은 수준에서 대우를 받고 가상화폐 공간에 있는 것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나스닥은 급락했지만, 뉴욕 채권시장은 베이지북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는 "지난 1분기 채권 시장에서 발생한 일은 지금 2분기에 나타날 일들을 미리 반영했던 것으로 본다. 실질 금리와 기간프리미엄의 상승은 Fed의 테이퍼링을 상당히 가격에 반영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월 급등한 금리가 이미 이런 테이퍼링 가능성 등을 미리 감안한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존슨앤드존슨 백신 접종 중단 등이 확대된다면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날 덴마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영구히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기술주가 힘을 받을 수 있겠지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혈전 발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점, 그리고 다른 백신들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두운) 뉴스 제목들은 현실보다 매우 부담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초부터 투자자들이 고품질 주식을 찾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가 좋고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좋게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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