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법관임명위원회 구성을 제외한 사법개혁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고 “남은 것은 그것(법관임명위원회 구성)뿐”이라며 “다른 조항들은 입법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활동적인 사법부나, 법원이 내리는 모든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입법부 같은 극단은 모두 피하고 싶다”며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균형”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취임 후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사법개혁안을 추진해왔다. 법관임명위원회의 구성을 바꾸는 것 외에도,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책 관련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폐지시킬 수 있는 기존 권한을 없애는 내용, 대법원의 결정을 의회가 뒤집을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이에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맞섰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은 지난달 24일 1차 사법개혁안을 가결 처리했다. 사법부가 합리성을 이유로 행정부의 정책 결정을 무효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네타냐후 연정은 순차적으로 사법개혁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에도 야당과 시민사회, 전·현직 지도자들과 예비군을 포함한 군인들이 반대하면서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 이래 최악의 분열 사태에 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나머지 사법개혁을 대부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수개월 간 시위를 이어온 시위대들에게 중요한 승리가 될 양보의 신호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헌법적 위기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평한 타협에 도달하는 것이 제가 지금 하려는 일이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개혁안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부정했다.

전국민적인 반대 외에도 금융시장에서의 타격이 네타냐후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적 혼란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이스라엘 시장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스라엘 통화 셰켈은 주요 통화 중 수익률 하위 5위 안에 든 상태다. 이스라엘의 달러 표시 채권은 올해 신흥국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스라엘 산업 관련 데이터를 발표하는 네이션네트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스라엘의 기술 부문에 유입된 민간 자금은 40억달러에 못 미쳐 2018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사법개편안 통과 직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사법개편안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긴장이 계속될 예정으로 이스라엘의 경제와 안보에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법개편안 여파로 이스라엘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5%에서 올해 1.5%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이 저평가돼 있다”며 “낮은 재정적자 등 이스라엘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