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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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24세의 체코 선수 마케타 본드루소바가 여자 단식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새로운 테니스 여왕의 탄생에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윔블던 축하 파티에서 검정 드레스에 흰색 운동화를 신은 본드루소바를 향해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드레스 코드를 지적하는 기사들까지 나왔을 정도로요.

그런데 그의 손목부터 어깨까지 빼곡히 새겨진 문신은 자연스레 넘어갔나 봅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윔블던은 그동안 여성 선수들에게 생리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올 화이트 룩'을 강요하다 최근에서야 복장 규정을 완화했을 정도로 엄격한 조직이다"며 "그런 윔블던이 문신을 눈감아줬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축하 파티에서 자유분방한 차림의 테니스 선수 마케타 본드루소바의 몸에 문신이 가득한 모습. 출처=The Sun
최근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축하 파티에서 자유분방한 차림의 테니스 선수 마케타 본드루소바의 몸에 문신이 가득한 모습. 출처=The Sun
한국경제신문의 글로벌 핫이슈, 오늘은 문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서구권에서도 '직장인의 문신'이 논란이라니 이거야말로 신기할 따름이네요.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대표 직종인 은행가와 변호사는 어떨까요? 글로벌 대형 로펌 슬로터앤메이에서는 FT의 질의에 "문신은 사내에서 금기시 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투자은행 HSBC와 골드만삭스 등에는 문신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업무 상황에 적합한 복장을 요구한다"며 애매모호한 여지를 남겨놨네요. 골드만삭스의 마티 차베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팔뚝에 일본어로 된 큰 문신이 새겨져 있었던 점을 떠올리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의료 업계도 사정은 비슷한가 봅니다. 마이클 프렌치 마이애미대학교 보건정책학과장은 "의사 중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진실을 알면 많은 환자들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렌치 교수는 본인의 몸에도 4개의 문신을 지니고 있다고 하네요. 그가 2018년 발표한 '문신과 고용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은 아직도 종종 인용되고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문신을 한 남성이 문신을 하지 않은 남성보다 고용될 확률이 7%나 더 높다나요….
마이클 프렌치 마이애미대학교 보건정책학과장의 문신과 고용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
마이클 프렌치 마이애미대학교 보건정책학과장의 문신과 고용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
FT는 "눈에 띄는 문신을 하면 채용과정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문신을 했다고 해서 직장에서 차별받지는 않는다는 의미"라며 "이는 문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그 연령대가 낮아진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지난해 1월 발표된 라스무센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체 미국인의 33%가 문신을 갖고 있고, 40세 미만 청년층의 경우 그 비율이 50%에 이른다고 합니다.

"문신人 차별하면 채용할 사람 점점 더 없어질 것"

영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몸에 최소 1개 이상의 문신이 새겨져 있는 국민이 26%에 달합니다. 결국 기업들로서는 (신입)직원 채용을 위해 문신 규정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죠. 이처럼 직장 문화에 자연스레 정착한 문신에 대해 CNBC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과 연결짓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회사를 관두는 이른바 '대퇴사' 물결이 거셌을 때입니다. 원래는 근로자들에 '빡빡하게 굴었던' 기업들도 떠나가는 직원들을 붙잡으려 문신 허용, 학위요건 완화, 재택근무 도입 등 각종 유화정책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죠.

대표적인 게 미국 택배기업 UPS입니다. 2020년 6월 UPS의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선 캐롤 토메는 취임 직후 문신, 수염 등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사내 의견을 취합한 뒤 마침내 이듬해 4월 '모욕적인 단어나 그림이 포함돼 있지 않는 한 문신을 드러내도 된다'고 규정을 바꿨습니다. 비슷한 시기 디즈니도 테마파크 직원들의 문신을 허용하기로 했구요.

이밖에 에어뉴질랜드, 버진애틀랜틱 등 항공사들도 승무원의 문신 규정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국 공군과 육군, 영국 런던경찰도 문신을 허락해줬다고 하네요. FT는 최근 프랑스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격언을 인용해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문신이 있는 사람을 차별하면 인재 풀이 매우 좁아질 것'이라고요.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