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中서 '반도체 담판'…빅딜이냐 빈손이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을 방문해 중국 최고위 경제관리들을 만난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연쇄적으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 규제 같은 미·중 갈등을 풀 실마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반도체 분쟁 속 첫 재무장관 만남

미·중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6일부터 9일까지 중국에서 중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난다. 2021년 1월 재무장관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하는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에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쿤 재정부 장관 등을 만나 양국의 경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대중국 고율 관세와 위안화 환율, 공급망 재편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 규제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5월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 3일엔 반도체 원료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할 뜻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옐런 장관의 방중 전에 대미 협상에서 지렛대로 쓰기 위해 반도체 관련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옐런 장관에게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와 고율 관세 철폐 등을 요청할 전망이다. 중국은 옐런 장관이 중국에 우호적이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냈고, 평소 중국 디커플링(공급망 배제)이나 대중국 고율 관세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화 기회 늘어도 눈높이 낮춰야”

중국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가 2일 옐런 장관의 방중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미국의 ‘대중 경제 3대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는 점에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옐런 장관이 4월 발표한 3대 원칙은 △국가 안보와 인권 보호 △미국 근로자와 기업의 경제적 기회 확대 △글로벌 과제 협력 등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옐런 장관의 방중으로 경제 부문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억압 기조가 바뀌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측도 협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 정부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저사양 AI 반도체 수출 규제도 준비 중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한 중국 수출 통제 최종안을 이르면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옐런 장관이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남으로써 양국 간 의사소통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해소되지 않고 있어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