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가 미국 부채한도 협상을 타결하며 소폭 상승했던 유가가 다시 '의회 리스크'를 맞닥뜨리며 급락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 7월물은 전거래일보다 3.13달러(4.31%) 하락한 배럴 당 69.46달러에 거래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3.38달러(4.39%) 떨어진 73.69달러에 매매됐다. WTI 가격이 7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4일 이후 28일만이다.

가격 하락에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상하원은 물론 공화당·민주당 양쪽에서 협상 결과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불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첩첩산중' 부채한도협상에…4주 만에 WTI 70달러 아래로 [오늘의 유가]
부채한도 협상 기한(X데이트)인 다음달 5일까지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으려면 △하원 운영위원회 △하원 표결 △상원 표결을 모두 거쳐야한다. 촉박한 일정 속에 변수도 많다.

우선 30일(현지시간) 열리는 하원 운영위원회에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를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강경파인 자유 코커스 소속의 랄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과 칩 로이(텍사스) 의원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435석으로 구성된 하원에서는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218표가 필요하다. 공화당 강경파들이 반대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지만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31일 상원 표결이다. 한 명이라도 법안 처리에 반대하면 반대토론이 이뤄질 수 있는데,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인해 5일 이후로 법안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협상안 통과가 '첩첩산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맥카시 하원 의장이 부채한도협상안을 합의하며 소폭 상승했던 유가가 다시 급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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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 OPEC+ 회의를 앞두고 커지는 불확실성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주장하고 있고 있지만 러시아는 반대하는 상황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4월 OPEC+이 감산을 결정한 이후 원유 생산량을 늘리며 가격 하락폭을 상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