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과 주력 계열사인 헝다물업 주식이 4일 홍콩 증시에서 거래 정지됐다. 헝다그룹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헝다물업을 매각하면서 거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거래소는 이날 장 개장 직전 헝다그룹(종목코드 03333)과 부동산 관리서비스업체 헝다물업(06666)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헝다 측이 대규모 거래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발표하기 전에 거래 정지를 요청했다고 거래소 측은 설명했다.

홍콩거래소는 다른 부동산개발업체인 허성촹잔(00754)의 거래도 중단시켰다. 허성촹잔은 “홍콩 증시 상장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인수합병(M&A) 관련 거래소 규정에 따라 거래 정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소식통을 인용해 허성촹잔이 헝다물업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으로, 인수 금액은 400억홍콩달러(약 6조100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헝다그룹은 헝다물업 지분 60%를 갖고 있다.

헝다그룹은 지난달 29일에도 계열사인 성징은행 지분 19.9%를 99억9300만위안(약 1조8300억원)에 매각했다. 선양시 국유기업인 성징금융지주가 인수자로 나섰다. 파산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헝다그룹과 헝다물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80%, 55% 떨어졌다. 거래 정지 직전 시가총액은 헝다그룹이 391억홍콩달러(약 5조9000억원), 헝다물업이 554억홍콩달러(약 8조4000억원) 수준이다.

헝다그룹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조9665억위안(약 362조원)에 달한다. 이자 부담이 붙어있는 대출과 회사채가 5718억위안이며 이 가운데 2400억위안은 내년 6월까지 갚아야 한다. 유동자산도 1조9525억위안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건설 중인 부동산이며 현금은 3억위안가량만 갖고 있다.

헝다는 이미 지난달 23일과 29일 지급해야 했던 1540억원 규모의 달러채권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이달 말까지 1억6238만달러(약 1900억원)의 달러채권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달 중으로 위안화표시채권 이자 1억2180만위안(약 223억원)도 지급해야 한다.

헝다가 발행한 달러채권들은 계약서상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어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다소 남아 있다. 디폴트가 되면 채권자가 법원에 헝다그룹의 파산을 청구하거나 헝다그룹 스스로 파산·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하면 채권단과 협력업체, 선수금을 이미 지급한 주택 구매자 등에게 적잖은 피해를 줄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헝다의 주요 자산을 국유기업들이 인수하도록 하는 식으로 파장 확대를 막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