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급반등…JP모간은 "올인", 골드만삭스는 "아직"
제프 베이저스의 로켓 '뉴셰퍼드.가 우주를 향해 올라가던 20일(현지시간) 아침 무렵 함께 치솟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채권 가격(금리와 반대)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전날 수준인 연 1.18~1.20% 선에서 불안하게 움직이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아침 8시 30분 미국의 6월 주택 착공 지표가 나온 뒤 날개 없는 추락세를 보여줬습니다. 급락하기 시작해 아침 9시10분께 연 1.13%대까지 다이빙한 것입니다. 이는 2월 초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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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착공 수치는 전월 대비 6.3% 늘어 예상(1.1% 증가)을 크게 웃돌았지만, 착공 허가 건수가 5.1% 감소한 게 충격을 줬습니다. 주택 재고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하반기 주택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탓입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경제학자는 "착공 증가보다 허가 감소가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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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경기 우려가 큰 데 주택 경기도 꺾일 수 있다는 걱정이 금리를 눌렀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지표였지만, 10년물 200일 이동평균선(1.21%)을 깨진 채권 시장은 매우 민감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각 다우 선물은 전날 폐장 이후 유지해온 200포인트대 플러스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금리 폭락에도 증시 투자자들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입니다.

오전 9시 30분 다우 지수는 202.34포인트(0.6%) 오른 채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개장 직후 주가는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라고 부를만한 강력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우는 오전 10시께엔 500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오후 12시께 600포인트 이상 상승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가 거센 영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두 달 만에 다시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로 상향 조정했고 애플은 애초 9월 초로 잡았던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최소 한 달 이상 늦추기로 했습니다. 호주 싱가포르 등도 방역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처럼 델타 변이 관련 부정적 뉴스가 이어졌는데도 이날 증시는 월요일과 달리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우는 549.95포인트, 1.62% 올랐고 S&P 500지수는 1.52%, 나스닥은 1.57% 상승한 채 장을 마쳤습니다. S&P 500 지수 상승 폭은 3월 말 이후 거의 4개월 만의 가장 컸으며, 나스닥은 전날 하락 폭보다 훨씬 많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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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종목 중 447개 종목이 오르는 등 주가 상승세는 거의 무차별적이었습니다. 아메리칸항공은 8.4% 폭등했고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도 8.3% 올랐습니다. 전날 조정에 들어갔던 러셀2000 지수는 3%나 폭등했습니다.

그리고 주가가 반등하자 10년물 금리도 다시 1.20%를 넘어섰습니다. 이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2bp가량 오른 1.21%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내내 S&P 500 지수는 하락 폭이 3%에 달하면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조정이 마무리됐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 이후 5% 이상 조정이 없었죠. 이날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다우 지수도 이날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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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려있다. 펀더멘텔인 경제는 개선되고 있으며 델타 변이가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백신 보급이 이어지는 한 미국 경제가 다시 봉쇄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이날 금리가 급락했는데도 주가가 반등하자 숏스퀴즈(공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했던 자산을 되사 갚는 것)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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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반등엔 'S&P 500 지수 연말 목표치를 기존 4400에서 4600으로 높인' JP모간의 20일자 보고서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JP모간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 주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주식에 대해 건설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성장 둔화 공포는 시기상조며, 과장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주도주와 채권은 마치 세계 경제가 경기사이클 후반에 진입한 것처럼 거래되고 있으나 우리는 경기 회복이 여전히 초기에 있으며, 점차 중기로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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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부하스 주식 전략가는 델타 변이에 대해선 "이번 확산세가 경제 재개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유지한다. 감염 사례는 증가했지만, 백신 보급 등으로 사망과 입원은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경제 재개는 이벤트가 아니라 프로세스(과정)"라며 "이는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고 특히 최근 시장 움직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여행, 크루즈, 석유 등 경제 재개 관련주가 지난 1분기 고점에서 30~50% 하락했으며, 일부 종목은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이나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빴던 작년 6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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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부하스 주식 전략가는 주가 하락으로 경제 재개 관련주의 위험/보상이 더 매력적으로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경제 개방은 아직 초기로 정상화에 따른 억눌린 수요가 이어지고, 재고 부족과 신규 주문 증가는 글로벌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S&P 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기존 200달러에서 205달러로 높이고, 지수 목표치도 4400에서 46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사실 JP모간은 지속적으로 '금리 상승+주가 상승'에 사실상 '올인'(All in)하고 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14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라고 밝혔었습니다. 높은 물가로 인해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비해 당장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다이먼은 "대차대조표를 보면 우리가 5000억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더 높은 금리에서 투자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점점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금리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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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2분기 결산보고서를 보면 JP모간은 채권을 사지 않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같은 시기 국채 400억 달러, 모기지 400억 달러 가량을 매입한 것을 감안하면 정말 '금리 상승'을 확신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JP모간은 지난 19일자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에 대해 '비중 축소'(Underweight)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수준의 금리가 미래에 대한 JP모간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JP모간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2022년, 2023년까지 추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mRNA 백신은 델타 변종에 대해서도 심각한 질병, 입원 및 사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백신 보급의 진전은 아직 멀지만 계속되고 있다. 구매관리자지수와 같은 성장 지표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숙박, 레스토랑, 여행 등 서비스에 대한 미국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그 근거를 밝혔습니다.

JP모간의 스타 퀀트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도 지난 19일자 보고서에서 "델타 변이는 위험 요인이 아니다"(delta variant does not pose a risk)라고 주장했습니다. "델타 변이가 지금 주요 위험으로 꼽히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다른 선진국에서의 발병과 입원 및 사망 사례를 조사하면 상관관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매우 약화했다"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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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가의 의견이 모두 같은 건 아닙니다. 이날 아침에 나온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이번 조정에서 주식을 사지 말라"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S&P 500 지수 목표치를 4300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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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플러드 전략가는 "그동안 저가 매수(buy the dip)를 일관되게 주장해왔지만, 이번 흔들림은 다르게 느껴진다"라며 10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즉 △주말 동안 델타 변이 관련 뉴스 제목(지난주 미국의 신규감염자 60% 증가 등)이 올해 들어 가장 부정적이었다 △쏟아지는 신규 상장으로 시장 유동성이 흡수되고 있다. 거래가 적은 7월임을 고려하면 영향이 커질 수 있다 △ 2분기 기업 실적은 월가 예상을 웃돌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1주일을 보면 이런 실적이 주가 상승을 부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기업의 자사주매입 금지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폭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소비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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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찬 바람이 부는 9월까지는 경제 지표 등에서 별다른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별다른 조정이 없이 지나간다면 여전히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으므로 또다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다시 조정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데이터트렉리서치도 "역사를 보면 뉴욕 증시는 변동성이 높은 시기를 향후 1~3주 가량 더 앞두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전략가는 "통상적인 해는 미국 증시는 세 차례 이상 5%가 넘는 조정을 겪는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이런 조정이 없었다. 정상적 조정이 없던 것 치고는 매우 긴 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