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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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품주 주가가 연초 거침없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고소득층의 명품·패션 소비 수요가 굳건한데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VMH는 이달 들어 19일(현지시간)까지 14.2% 상승했다. 고강도 긴축 우려에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띤 지난해에도 주가는 6.4%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다른 명품주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은 같은 기간 12.4%, 에르메스는 11.7%, 버버리는 13.8% 상승했다. 구찌와 생로랑을 보유한 케링 그룹은 11.4%,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몽클레르는 11.1% 올랐다.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명품주들은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와 건재한 고소득층의 소비여력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인의 명품 소비는 2019년 전 세계 시장의 33%였으나 중국 방역 당국의 제로코로나 방역 조치 영향으로 지난해 17%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중국당국이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줄어든 명품소비도 올해는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기대를 업고 LVMH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장중 한때 4000억 유로를 소폭 웃돌기도 했다. 지난 19일 기준 LVMH 시가총액은 3901억 유로(약 521조8937억원)로 테슬라의 시가총액(3984억달러, 약 492조3945억원)을 웃돈다.

올해 들어 명품 업체들이 판가를 인상하면서 매출액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명품주 주가 상승에 한 몫 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올해 5~10%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샤넬은 다수 제품에 대해 3~11%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LVMH는 지난해 이미 수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제임스 가드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명품 산업은 업체가 가격 결정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는 명품 브랜드들이 부유한 고객에게 가격 인상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럭셔리 업종은 명목상 드러난 중국 매출 비중 대비 주가가 봉쇄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 면이 있다"며 "명품 판매량은 경기를 거의 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소비재 대비 가격 모멘텀(동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별 종목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명품주들을 담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상장된 종목 중에서는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가 유일한 명품 ETF다. 이 ETF는 연초 이후 20일까지 주가가 8.27% 상승했다. 해외 ETF 중에서는 '아문디 S&P 글로벌 럭셔리 UCITS(GLUX)' ETF가 대표적이다. 이 ETF는 연초 이후 19일까지 8.81% 상승했다.

다만 명품주 종목과 ETF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단기 하락도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VMH 주가는 지난 19일 하루동안 3% 가량 하락했고, 크리스찬 디오르와 케링 그룹도 2.5% 하락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