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사는 주식 옵션 트레이더인 로렌스 피어론 씨는 올해 여름 휴가 일정을 확 바꿨다. 뉴저지에 있는 친척집에 가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집 주변인 플로리다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급등한 항공료나 기름값 숙박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피어론 씨는 "너무 오른 물가를 보니 원거리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인들도 살인적 인플레 탓에 휴가 때 집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피어론 씨처럼 인플레이션 때문에 휴가 계획을 축소하는 미국인들의 상황을 전했다.

뱅크레이트가 최근 미국인 2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여름 휴가 계획을 바꿨다고 답했다. 민간연구단체인 컨퍼런스보드 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내 휴가를 내겠다는 비중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WSJ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50% 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호텔비는 30%, 항공료는 24% 올랐다. 렌트비도 14% 가량 상승했다.

애슐리 슈뢰더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고유가가 사람들의 여행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여행지를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전체 일정을 축소하고 집에서 가까운 목적지로 변경하는 한편 각종 식사 비용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WSJ는 11일에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사람들에게 큰 안도감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경제적 도전"이라며 "미 중앙은행(Fed)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딕 더빈 미 상원 원내총무는 "백악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