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15%, 다우 18% 뛸 때
샴페인 가격지수 34% 올라
살롱, 80% 급등…상승률 1위

'유동성 파티'로 수요 급증했는데
자연재해에 생산 줄어 가격 급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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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샴페인 중 하나인 살롱의 2002년 빈티지는 올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와인이다. 올해 초 살롱 12병이 든 박스를 구매해 지난달 팔았다면 수익률은 80%에 이른다. 같은 기간 가격이 5550파운드(약 883만원)에서 1만816파운드로 올라서다. 최고 투자 상품으로 꼽힌 올해 비트코인 수익률(75.29%)보다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돈을 찍어내 유동성이 넘치면서 고급 와인 수요가 증가했다고 업계에선 분석했다. 세계적 공급난과 생산 부족도 가격 상승 원인으로 꼽혔다.
샴페인 가격 상승률, 역대 최고
24일 고급 와인 전문거래소인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주요 샴페인 50개 가격을 추종하는 샴페인50지수는 올 들어 33.78% 상승했다. 와인100지수도 20% 가까이 올랐다. 매년 8~10% 정도 상승하는 샴페인 가치가 이렇게 크게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샴페인 가격은 주식보다 가파르게 뛰었다. 영국 런던거래소의 FTSE 세계주식지수는 올해 15.43%(23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18.95% 올랐다. 올해 샴페인지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은 지난 10월과 11월에 집중됐다. 연말을 앞두고 샴페인 가격이 더 고공행진했다는 의미다.

와인 투자는 주로 현물 거래로 이뤄진다. 와인 구매와 보관을 대행해주는 업체 등을 통해 직접 사고팔 수 있다. 사모펀드(PEF)와 비슷하게 운용되는 와인 펀드에 간접 투자하기도 한다. 저스틴 깁스 리벡스 공동창업자는 “샴페인은 매년 연금처럼 꾸준한 수익을 내던 상품”이라며 “올해 성과는 상당히 놀랍다”고 했다.
올 샴페인 투자 수익률 '주식의 두배'

와인시장에서 신데렐라 된 샴페인
리벡스는 올해 와인시장이 ‘기록의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와인100지수는 10년간 떨어진 가격을 올 한 해에 모두 만회했다. 1000개 와인 가격을 추종하는 와인1000지수는 18개월 연속 상승세다. 유럽 와인에 대한 미국 수입 관세가 6월부터 사라지면서 올해 미국인의 와인 수요가 증가했다. 최고급 품종으로 꼽히는 2008년과 2012년 빈티지 와인이 잇따라 시장에 나온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웠다.

저스틴 녹 오에노그룹 와인 담당자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얻으면서 와인을 구매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했다. 자산가치가 급등하자 고급 와인 수요가 덩달아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급 와인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때도 샴페인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늘 안정적으로 공급된 데다 수요도 항상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돼서다. 축하할 일이 있는 특별한 날 개봉하는 샴페인은 출시 후 몇 년이 지나면 바로 소비된다. 구매 후 오랫동안 보관하는 데다 2차 거래도 활발한 최고급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과는 소비 패턴이 달랐다.

하지만 올해는 샴페인 수요가 급증한 데다 공급 제약이 커졌다. 샴페인 가격 변동성이 높아진 이유다. 포도 재배 농장에서 샴페인을 직접 제조하는 장인 샴페인(Grower Champagnes)이 늘면서 투자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급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샴페인협회는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생산량 축소를 결정했다. 포도밭에 서리가 늦게까지 내린 데다 곰팡이가 번식한 것도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 샴페인은 단기에 소비돼 고급 와인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데,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자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와인보다 저렴한 투자 비용도 매력
살롱과 함께 3대 샴페인으로 불리는 크룩, 크리스털 로즈도 가격이 급등했다. 크룩 2000년산은 올해 가격이 62% 올랐다. 크리스털 로즈 2008년산도 60% 상승했다. 돔페리뇽 2008년산은 올초보다 46%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크리스티 경매에선 1874년산 페리에 주에 샴페인이 4만3000파운드에 낙찰됐다.

샴페인값이 올랐지만 아직 다른 와인보다 저렴한 것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와인 투자회사 컬트와인의 톰 기어링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고객들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샴페인은 환상적 헤지 상품이었다”고 했다. 와인시장에서도 분산 투자가 효과를 냈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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