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상점(The Everything Store)’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은 아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에서 출발해 세상의 모든 산업과 기술을 연결시키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람들은 아마존이 걸어온 길(amazon way)을 궁금해하고 아마존의 생각을 따라하고 싶어 한다. 아마존이 발표하는 미래 전략에는 늘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아마존이 바꾸는 세상에 대한 기대 덕에 최근 5년 새 주가는 300% 넘게 급등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9월 ‘아마존은 연휴(추석) 이후 한국 증시를 알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2015년 이후 아마존 주가가 코스피지수를 5개월가량 선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마존의 주가 움직임이 약 5개월 후 국내 증시에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곽병열 연구원은 “국내 주요 수출기업 간 공급사슬 관계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주가를 좌우하는 온라인 판매 실적, 클라우드서비스 등이 코스피지수를 좌우할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 반도체기업의 수주 등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가의 증시 상황을 예측하는 가늠자로 평가받을 만큼 성장한 ‘공룡 아마존’의 상장 첫날 주가는 2달러에 불과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직후 주가도 50달러 수준이었다. 1997년 5월 상장 이후 24년 만에 주가는 3000선을 훌쩍 웃돌 만큼 급성장한 셈이다. 물류 공룡 아마존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크고 빠른 공룡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우주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시장 전반에는 ‘아마존의 희생자’가 속출했다. 소매점포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아마존의 성장과 함께 미국 백화점 시어스, 세계 1위 완구회사였던 토이저러스, 미국 대형서점 체인 반스&노블 등이 쇠락했다. 시장에선 아마존의 영향권에 든 기업을 추려 ‘아마존공포종목지수’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아마존 공포 종목지수를 처음 제시한 미국 투자정보회사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은 아마존생존자지수를 공표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을 추려낸 지표다. 주얼리 기업 티파니 등이 여기에 속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 창업 당시 냅킨에 △낮은 원가구조 △낮은 가격 △고객경험 △판매자 상품구성 △성장 등을 화살표로 연결해 적었다. 지금의 아마존을 이룬 비즈니스 모델이다. 낮은 원가구조에서 시작한 아마존의 전략은 고객들을 아마존에 익숙하게 만들었고, 이런 고객을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 등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고 미국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품으며 온·오프라인 커머스 공룡으로 거듭났다.

아마존은 탄탄한 물류인프라와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아마존이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선 2018년 당시 매출 증가율은 40%에 달했다. 당시 덩치가 아마존의 15분의 1에 불과하던 넷플릭스의 성장 속도와 비등했다.
크고 빠른 공룡이 된 아마존…세상 모든 산업을 연결시킨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아마존의 성장에 불을 붙였다. 연회비 119달러를 내면 무료 배송서비스 및 음악, 비디오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의 충성 고객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회원은 2억 명을 넘어섰다. 과거 한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 비회원이 한 해 평균 700달러를 소비하는 데 비해 프라임 회원은 1300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회원의 연간 지출 금액이 평균 3000달러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막강한 고객 파워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사업에 도입하고 있다는 게 아마존의 강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마존을 두고 ‘크고 빠른 공룡’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건을 들고 나가면 계산이 완료되는 아마존고(Amazon Go)를 비롯해 음성인식 AI 알렉사(Alexa), 항공 우주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 등 아마존의 실험은 늘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기업으로 꼽힌 이유다. 아마존고는 계산이 필요없는 오프라인 매장을 구현해냈다. ‘Just Walk Out’ 기술을 통해 어떤 물품이 선반에서 꺼내졌는지 추적해냈고 자동으로 고객의 가상 장바구니에 구입한 물품이 담겼다. 쇼핑을 마치고 매장을 빠져나오면 고객의 아마존 계정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아마존이 내년께 식품매장 홀푸드마켓에 무인결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란 소식도 전해졌다.

아마존의 알렉사 등장은 Al 스피커 시장을 만들어냈다. 알렉사 기반 에코(Echo)가 등장한 이듬해 구글 ‘Hey Google’이란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추격에 나서기도 했다. 아마존의 물류 혁신을 이뤄낸 ‘Kiva’도 로봇 물류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은 Kiva를 통해 물류센터의 운용비용을 20% 절감하고 공간활용도를 50% 향상시켰다.

○아마존의 미래는?

전자상거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아마존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것은 아마존웹서비스(AWS)다. 2006년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2006년 이후 AWS에 2000여 개의 신규 기능을 선보이며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나갔다. 아마존이 AWS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전자상거래 분야와 달리 높은 영업이익률로 톡톡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AI, 우주 사업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사업 구조를 형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WS 부문은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엔 연간 130억달러의 이익을 AWS를 통해 거뒀다.

올 1분기 아마존의 AWS 클라우드 수주잔액은 529억달러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AWS 장기 구독계약 평균 기간이 3.3년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3년간 연160억달러가량이 수주잔액에서 AWS 매출로 인식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크고 빠른 공룡이 된 아마존…세상 모든 산업을 연결시킨다
코로나19 사태는 사업체질을 변화시켜 온 아마존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비대면(언택트) 시장이 커지면서 AWS 부문과 전자상거래 부문이 동시에 수혜를 봤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20% 넘게 증가했다. 아마존 주가 역시 지난해 이후 80% 넘게 뛰었다. 늘어난 주문에 아마존은 연일 배송 물류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뉴욕 금융회사인 Evercore ISI의 마크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몇 년 내에 대부분의 미국인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분류됐던 아마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여전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인터넷 기술주 가운데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스냅 우버 리프트 익스피디아 등 일곱 가지 주식을 추천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아마존의 목표주가는 4250달러였다. 계속해서 시장의 승자로 남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여파에서 소비가 늘면서 2021년 들어 유통 관련주 주가가 치솟자 아마존이 되레 저평가된 상태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평가회사인 모닝스타는 “아마존 주가는 우리의 평가지표로 볼 때 2020년 8월부터 계속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견을 내놨다.
크고 빠른 공룡이 된 아마존…세상 모든 산업을 연결시킨다
해소되지 않는 물류대란이 아마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은 세계적으로 운송을 담당하는 운전자 40만 명, 트럭 4만 대, 밴 1만 대, 75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마존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항공 물류다. 지난 8월 미국 켄터키에 1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아마존 에어 허브 건설을 완료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4년에 걸쳐 건설된 아마존 에어 허브는 아마존의 배송·물류·운반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2022년까지 8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각에선 아마존이 자율주행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율주행 시장이 커질수록 아마존이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자율주행이 아마존에게 1석4조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봤다. 한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료를 통해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경우 효율적으로 장거리 운행을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운송 인력들의 파업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송 효율성이 높아져 배송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2020년 기준 아마존의 배송비용은 611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15.8%에 해당된다. 자율주행을 통한 물류 서비스 혁신은 물론 로보택시 사업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 연구원은 “예컨대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로보택시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신규 프라임 가입자를 유입할 수 있고, 프라임 생태계에 유입된 이상 전자상거래 등 다른 서비스와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마존은 헬스케어 산업에도 뛰어든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년간 아마존웹서비스의 알렉사를 도입한 미국 병원이 여덟 곳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미 2018년부터 아마존이 헬스케어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감지됐었다. 현재는 법인이 폐쇄된 상태지만 2018년 벅셔해서웨이와 JP모간체이스와 공동으로 비영리 의료단체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었다. 이후 B2B 사업부문인 ‘아마존 비즈니스’를 활용해 미국 대형 병원 및 클리닉을 대상으로 한 의료용품 공급 사업 계획도 공개됐다. 온라인 의약품 배송 서비스업 체인 필팩(PillPack) 인수, 미국 대형 병원 네트워크업체 UPMC,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Xealth와 파트너십 체결 등 전방위로 영역을 넓혀갔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통해 환자와 병원을 잇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집에서 진료 예약을 하고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아마존은 2019년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 시작했다. 2021년 3월 다른 기업 직원에게까지 서비스를 개방했다. 하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앞서 뛰어든 헬스케어 시장에서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미국 현지 외신(FT) 등은 아마존이 자체 진료센터를 구축하거나 보험사 업무까지 담당할 경우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재원 기자
크고 빠른 공룡이 된 아마존…세상 모든 산업을 연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