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의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령한 ‘AI 행정명령’에 이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AI 규칙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다만 이번 명령은 AI의 윤리적 사용을 권고하는 데 그쳐 AI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저작권 갈등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근로자를 AI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핵심 조치를 공개한다”며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따라야 할 여덟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근로자는 AI 시스템 설계부터 개발, 테스트, 교육, 사용, 감독까지 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시스템은 근로자를 보호하는 윤리적인 방식으로 활용돼야 한다. 고용주는 AI 시스템을 근로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AI 시스템이 근로자 단결권 및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AI가 수집한 데이터는 합법적인 비즈니스 목표를 지원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책임감 있게 보호 및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AI 시스템은 반드시 사람에 의해 감독 및 평가받아야 하고,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적절한 AI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가 이런 원칙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원칙이 모든 산업이나 직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AI 개발자와 고용주는 상황에 따라 근로자 의견을 바탕으로 지침을 검토하고 맞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명령은 작년 10월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AI 행정명령’에서 근로자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듬은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행정명령에는 기업이 국가안보와 관계된 AI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이 사실을 연방정부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은 기업 내 근로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에 집중한 원칙이라는 점에서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소니뮤직은 700여 곳에 달하는 AI 및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에 서한을 보내 자사 노래를 AI 학습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소니뮤직은 비욘세, 아델 등 세계적인 팝스타 등이 소속된 대형 음원회사다.

이날 소니뮤직은 “AI 혁신은 저작권을 포함한 작곡가와 녹음 아티스트의 권리가 존중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허가 없이 자사 소유의 곡, 가사,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를 복제, 사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