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본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AI 규제를 만들고 있다. 규제 총량이 늘어나는 데다 부처별 방침도 제각각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AI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AI산업 활용 촉진법을 연내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의 AI 기본법이 규제 중심이어서 산업부 차원의 진흥 법안이 따로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 과제를 찾아내 하반기 공청회를 열고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연내 AI 서비스 이용자 보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했다. AI 서비스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 가이드라인을 이달 확정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AI 법안과 가이드라인을 쏟아내자 업계는 ‘규제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AI 생성물 워터마크’는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AI 기본법에 있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가 준비 중인 AI 신뢰성 인증제도는 방통위 업무계획에 담긴 AI 서비스 이용자 영향평가와 겹친다. 산업부가 새롭게 내놓겠다고 밝힌 AI산업 활용 촉진법 역시 과기정통부 안과 상당 부분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BHSN의 임정근 대표는 “큰 그림을 담은 AI 기본법이 표류하는 사이 개별 부처가 개인플레이하는 형국”이라며 “과잉 규제가 AI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