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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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2600선에서 올해를 맞은 코스피지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기대와 실적 장세로 한때 2800선에 근접했지만 최근 다시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리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하반기에 대한 증권가 예상은 희망적이다. 코스피가 강세장을 보이면서 지수가 3100선까지도 넘볼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하반기 증시가 강세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KB증권과 신영증권은 코스피지수 상단으로 각각 2970선, 2950선을 제시했다. 지수가 하반기 중 300포인트 넘게 오를 것이라고 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상단으로 무려 3150선을 베팅했다.

KB증권은 하반기 일시적인 소비 경기둔화를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 이은택 연구원은 "물가상승분 만큼의 임금상승을 임금이 올랐다고 착각하는 식의 '화폐환상'에서 빠져나온 소비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깨달으면서 일시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일시적 경기둔화는 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금리 하락은 주가수익률을 높이기 때문에 증시에 호재"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증시 강세의 이유로 대폭 커진 미국의 설비투자(Capex)를 꼽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20년 동안 정체됐던 미국 설비투자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2010년 이후 무형자산 투자에만 집중됐던 흐름과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며 "인공지능(AI) 붐과 에너지 인프라 투자 붐에 힘입어 하반기 코스피는 수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우상향하는 과정 속에서 올해는 3000선에 안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지수 하방이 단단해졌다고 강조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가치주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수보다는 업종에서 먹을 게 많다고 예상했다. 업종·테마별로 신고가를 쓰고 있는 주도주들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애널리스트들이 입모아 꼽은 수혜주는 밸류업 관련주다.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해 국내외 '밸류업'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보니, 이만큼 확실한 동력을 받는 테마도 없다는 얘기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 확대로 밸류업 관련주인 가치형과 배당형 주식들이 매력적"이라며 "오는 7월께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밸류업 인센티브 등 여러 논의가 예정된 만큼, 수순대로 간다면 밸류업 모멘텀이 코스피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밸류업 효과가 크게 미치지 못한 중소형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상반기는 금융과 자동차, 지주 중심으로 두루 나타난 첫 번째 국면, 그 가운데에서도 금융주가 유독 힘을 받았던 두 번째 국면이 있었다"며 "하반기의 세 번째 국면은 정책이 입법단계에서 더 세부화하는 만큼 밸류업 관련 투자의 난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사례를 보면 이젠 수급이 중소형주로 번질 차례"라며 △클래시스·휴젤(최대주주 지분율 낮은 기업) △제룡전기·티앤엘·휴메딕스·하이록코리아(최대주주가 주주환원에 긍정적인 기업) △한진칼·빙그레·NICE평가정보(최대주주 지분율과는 무관하지만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 등을 권했다.

다만 증권가는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은 증시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봤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국 위주의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내부 결속을 위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가들과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갈등을 끌어낼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들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시장엔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면서 대선 전후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것을 권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