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리 가격 사상 최고치…데이터센터·전기차 수요가 끌어올려 [원자재포커스]
美 구리 가격 t당 1만1000달러 돌파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과 역대 가장 큰 차이
수요 급증에 투기 자금까지 몰린 탓
페루에 위치한 앵글로아메리칸의 케야베코 구리광산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페루에 위치한 앵글로아메리칸의 케야베코 구리광산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구리가 많이 사용되는 데이터 센터 건설과 전력 케이블 생산 등이 늘어나 수요가 폭증한 데다 구리 선물 투기 자금까지 늘어난 탓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구리 7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4.877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당 5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은 전날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다. 최고가 기준 t당 가격으로 환산 시 1만1000달러가 넘는다.

구리 가격이 뛰어오른 가장 큰 원인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다. 구리는 전선 제조원가의 90%를 차지해 구리 가격은 전력 수요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선 것이 수요를 끌어올렸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구축에는 1메가와트(MW)당 27t의 구리가 사용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선망 개선 계획은 미국의 구리 수요 폭증을 불러왔다. 백악관은 지난달 미국 송전 네트워크 용량을 향후 5년간 10만마일(약 16만㎞)에 달하는 송전선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전경./ EPA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전경./ EPA연합뉴스
주목해야 할 점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와의 가격 차이다. 통상 COMEX와 LME에서 거래되는 구리의 가격 차이는 90달러 미만일 정도로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엔 COMEX에서 t당 1000달러 이상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엔 구리 가격에 베팅한 투자 수요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투기꾼들이 미국 시장의 프리미엄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래자들을 밀어낸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구리 가격 변동으로 돈을 벌기에는 LME보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더 수월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구리 가격은 한동안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자산운용사들과 헤지펀드들이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원자재를 찾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서다. 파나마 운하의 용량 제한, 중국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사고 등이 구리 수요를 불러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리 공급 부족을 예상하며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이 조만간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