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된 성당 '특별한 지붕'으로 덮었다…영국 '파격 실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성당이 부활절을 맞이해 옥상 태양광 설치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 예배당은 영화 '천일의 앤'의 모티브가 된 16세기 영국의 절대 군주 헨리 8세가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1963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합창단의 캐롤을 방송하면서 예배당은 더욱 유명해졌다. 방송의 첫 장면이 예배당의 전경을 담고 있어서다.
ADVERTISEMENT
국교회의 그레이엄 어셔 환경 담당 수석 주교는 "우리 교회가 세운 203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LED 조명, 타이머 전등, 외풍 차단기 설치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국교회의 7% 가량이 탄소배출량 제로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하지만 이는 대부분 가스발전 장치 등이 설치된 게 없는 시골의 중세 건물 덕분"이라며 "도시의 성당들은 예배가 아닌 목적으로도 늘 사용되기 때문에 더 많은 탄소배출량 감축 의무를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의 친환경 개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의 존 닐 개발 자문 책임자는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예배당의 개방형 난간은 정말 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특징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난간을 통해 보이는 것은 태양광 패널과 패널에 반사되는 태양빛"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건물이 지닌 역사적 특성과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며 "눈에 잘 띄는 지붕에 이런 패널을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