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80달러 문턱서 미끄러진 WTI…"2021년 이후 변동성 최저" [오늘의 유가]
지난주 WTI 2.45%·브렌트유 1.76% 하락
감산·금리인하 기대감에도 中 수요 부진 영향


미국산 원유를 대표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선 돌파를 코앞에 두고 다시 하방 흐름을 탔다. 미 중앙은행(Fed)의 연내 금리 인하 예고에도 미국의 실업률 상승, 중국 수요 부진 등이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4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1.2%(0.92달러) 내린 배럴당 78.01달러에 장을 닫았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한 주 동안 2.45%(배럴당 1.96달러) 하락하며 2월 26일(배럴당 77.58달러) 이후 최저치를 가리켰다.

국제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5월물 기준)도 전날 대비 1.1%(0.88달러) 내린 배럴당 82.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지난 주 1.76%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WTI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 연장 결정이 나온 지난 1일 배럴당 79.97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뒤 내리막을 탔다. 원유 시장에서 배럴당 80달러는 WTI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 WTI 가격이 마지막으로 배럴당 80달러를 웃돌았던 건 지난해 11월 6일(배럴당 80.82달러)이었다.
배럴당 80달러 문턱서 미끄러진 WTI…"2021년 이후 변동성 최저" [오늘의 유가]
중국발 석유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지적된다. S&P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하루 1080만배럴로, 작년 12월(하루 1144만배럴)보다 약 5.7% 감소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창립자는 CNBC 방송에 “중국의 수요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수요의 회복 없이는 국제유가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타 배럴당 80달러(WTI 기준)선을 넘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자리 지표 역시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은 27만5000건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만8000건)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그러나 1월과 작년 12월의 일자리 증가 폭이 각각 35만3000건에서 22만9000건, 33만3000건에서 29만건으로 수정되면서 고용 시장의 냉각 조짐이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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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업률이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3.9%를 기록한 것이 유가 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독립 에너지 컨설팅 업체 트레이디션에너지의 게리 커닝햄 시장 조사 책임자는 “고용 불안정성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휴가를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어지면서 석유 수요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유가는 OPEC+의 감산 연장이 밀어 올리는 힘과 ‘5% 안팎’으로 제시된 중국의 경제 성장률, 미국의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이 끌어 내리는 힘 사이에 갇혀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 변동성이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태라고 짚었다. 유가의 움직임이 좁은 범위에서 한정돼 있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를 못 박은 점은 호재다. 금리가 낮아지면 경제 성장이 촉진되면서 석유 수요를 자극한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연착륙을 뒷받침하는 고용 지표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이기도 한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4~6월 사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