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고증가·금리동결에 中 제조업 침체…이틀째 하락 [오늘의 유가]
월간 단위로는 작년 9월 이후 첫 상승
"OPEC+, 기존 감산 정책 변경 안할 듯"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늘면서 국제유가가 이틀째 하락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4회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었다. 다만 월간 단위로 보면 유가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상승하며 중동 긴장 등을 반영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3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2.5%(1.97달러) 내린 배럴당 75.85달러에 마감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상승률은 5.9%로, 작년 9월 이후 처음 플러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선물 3월물은 1.4%(1.16달러) 하락한 배럴당 81.71달러에 장을 닫았다. 역시 월간 단위로는 6.1% 오르며 4개월 만에 처음 상승세로 마무리됐다.

두 유종 선물 모두 이날 장 초반 2달러 넘게 낙폭을 키웠다. 미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과 달리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美 재고증가·금리동결에 中 제조업 침체…이틀째 하락 [오늘의 유가]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지난달 22~26일 한 주 동안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120만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S&P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츠가 조사한 시장 추정치는 230만배럴 감소였다. 전날 미국석유협회(API)에서 재고가 250만배럴 줄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WTI 선물의 실물 인수 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 재고도 200만배럴 감소했다.

휘발유 재고가 45만배럴 감소할 거란 관측을 뒤엎고 120만배럴 늘어났다. 증류주 재고는 250만배럴 줄었지만, 예상(70만배럴 감소)보다 감소 폭이 컸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70만배럴 증가한 하루 1300만배럴로 집계됐다.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하루 100만배럴 줄었다가 한 주 만에 회복된 것이다. 미국의 정제 설비 가동률은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인 82.9%를 기록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담당 디렉터는 “정유사들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90% 이상의 설비 가동률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재고증가·금리동결에 中 제조업 침체…이틀째 하락 [오늘의 유가]
중국 경제 관련 부정적 지표가 또 한 차례 나오면서 원유 수요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보다 0.2 오른 49.2로 발표됐지만, 기준치인 50을 4개월째 밑돌았다.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PMI는 통상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면 원유 수요도 반등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원유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중국이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우리의 견해가 PMI 지표로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Fed가 지난해 9월부터 4회 연속 연 5.25~5.50% 수준의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미뤄진 것 역시 원유 수요를 압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지속적 강세를 보이는 가계 소비와 경제 전망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6월 이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美 재고증가·금리동결에 中 제조업 침체…이틀째 하락 [오늘의 유가]
1일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를 앞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는 기존 감산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선물 시장 트레이더들은 JMMC가 현 생산량에 대한 권고를 내놓지 않을 확률을 79.8%, 감산 원화 권고가 있을 확률을 17.6%, 추가 감산 권고가 있을 확률을 2.6%로 각각 추정했다. OPEC의 이달 원유 생산량은 하루 2633만배럴로, 전달보다 41만배럴 줄었다. 감소 폭은 작년 7월 이후 최대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지역에서 미국·영국 군함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원유 수송을 포함한 ‘무역 대란’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미군이 후티 반군의 지대공 미사일을 폭격하는 등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논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와중에도 가자지구에서의 폭격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에서의 기록적 생산량과 서방국들의 성장 둔화 등이 지정학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온라인 트레이딩 회사 IG 호주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관점에서 유가는 여전히 약세이며, 요르단-시리아 국경에서의 미군에 대한 드론 공격 등 최근의 사건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