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유럽연합(EU)에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이 리 총리를 비롯한 대규모 사절단을 다보스포럼에 파견해 미국 제재에 맞서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17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다보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중국은 EU로부터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할 의향이 있다”며 “EU가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 ASML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에 경고를 날렸다. 블링컨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근 몇 년간 보여준 대만에 대한 경제, 군사, 외교적 압박은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리 총리를 비롯해 중국의 장관급 인사 10여 명이 참석했고, 미국도 이에 맞서 블링컨 장관이 예정에 없던 스위스 고위 당국자와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중국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5.3%)를 밑돌면서 홍콩 증시는 장중 3% 넘게 하락했다.

김리안/다보스=강경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