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총알 장전했다"…미국판 배민, 어디에 쏟아부을까
미국 1위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가 올해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외로의 시장 확장을 넘어 주류 배달, 광고, 식료품 판매 등으로 사업 범위를 대폭 넓히겠다는 포부다.

토니 쉬 도어대시 최고경영자(CEO)는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밖으로의 시장 확장 및 침투, 그리고 음식 배달 외 신규 사업 진출 등 양대 분야에 투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효율적 투자는 최대한 지양하고 인수·합병(M&A) 결정 과정에선 높은 기준을 둘 것”이라면서도 “항시 재투자할 곳을 물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재정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도어대시는 8억7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했다. 작년 3분기(7~9월)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매출을 내며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네덜란드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 등 동종업계를 압도했다. 미국 내 점유율은 지난 5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59%까지 높아졌다. 최대 경쟁사인 우버의 두 배 수준이다.
토니 쉬 도어대시 최고경영자(CEO).
토니 쉬 도어대시 최고경영자(CEO).
도어대시는 이미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까지 27개국에 진출했다. 2021년 말 유럽 최대 배달 플랫폼 중 하나인 핀란드 볼트(Wolt)를 인수했고, 이를 기반으로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등 경쟁사들이 기피해 온 소규모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의 채용 공고를 보면 룩셈부르크로의 추가 진출이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다각화에도 열심이다. 도어대시는 2년 전 미국뿐 아니라 호주·캐나다 등지에서 맥주·와인·양주 등 주류 배달 사업에 나섰고, 식당 광고 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해 왔다. 앞으로는 식료품 판매 등 소매 부문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창고형 슈퍼마켓 비제이스홀세일클럽, 미 최대 스포츠용품 판매업체 딕스스포팅굿즈, 프랑스 뷰티 업체 세포라 등과 제휴 관계를 맺고 유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나섰다.
"1조원 총알 장전했다"…미국판 배민, 어디에 쏟아부을까
쉬 CEO는 “일주일에 몇 번씩 다수의 소비자, 그리고 배달 기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체제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황에선 인접 카테고리로의 진출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도어대시는 이미 음식배달 외 사업 부문에서 수십억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도어대시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3200만명 이상이다. 배달 기사 수는 6000만명을 웃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니킬 데브나니 애널리스트는 “식료품과 편의 제품은 도어대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며, 이 회사의 사업 확장 계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성업했던 음식배달업체들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M&A에 불이 붙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영국 딜리버루의 경우 윌 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차등의결권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할 예정이어서 지배구조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상태다. 2021년 3월 상장 당시 영국 정부는 슈 CEO에 적대적 인수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 차등의결권을 3년 시한으로 부여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