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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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수출하는 일부 기업에 대한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에도 화웨이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을 연일 선보이자, 미국이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강력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과 퀄컴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 FT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화웨이가 7나노미터(㎚)급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데에 대해 위기감을 느껴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기업을 상대로 도입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이 예상과 달리 첨단 반도체를 자체 개발·생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충격에 빠졌다.

미 정치권에서 상무부 수출 조치에 대한 논쟁은 지난달 화웨이가 자사의 최초 AI(인공지능) 노트북인 '메이트북 X프로'를 출시하며 더욱 불거졌다. 해당 제품은 인텔의 새로운 코어 울트라9 프로세서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화웨이의 '메이트북 X 프로' 출시는 상무부가 인텔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해준 결과라고 비판했다.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위협 환경과 기술 환경을 고려해 우리의 (수출) 통제가 어떻게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에 대한 특정 수출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어떤 미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수년간 검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허가 취소는 화웨이의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용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회사는 이날 수출 허가가 취소됐다는 통지를 즉시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텔, 퀄컴, 화웨이 등은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2019년부터 화웨이를 상무부 수출통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올려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기업에 미국 기업이 제품 및 기술 등을 수출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별도의 수출 면허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2020년부터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한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등을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고 있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다만,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1년 이상 화웨이에 대한 새로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또한 블룸버그 통신은 미 행정부가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해 수출제한 기업 중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6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비콘글로벌전략의 수출 통제 전문가 메건 해리스는 "이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중국 기술 문제에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FT에 말했다. 또한 "그간 업계와 외국 파트너들은 행정부의 입장 완화에 주목했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이제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