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Fed의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Fed의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잠재우기 위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경계감이 팽배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FOMC 회의 종료 직후 나온 정책결정문과 점도표, 파월 의장의 발언 등 “모든 신호가 일관되게 비둘기파적인 한 가지 방향을 가리켰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였다.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 밑으로 떨어진 것도 그래서다.

○“2% 인플레 기다리지 않을 것”

사실상 피벗 선언한 '산타 파월'…시장선 "내년 1%P 내릴 것"
이날 정책결정문엔 ‘FOMC는 시간을 두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한 ‘그 어떠한(any)’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 긴축의 누적, 시차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지난 11월엔 ‘그 어떠한’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파월 의장은 ‘그 어떠한’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두고 “(금리) 인상 주기의 정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인하는 측면에서 추가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의 긴축은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긴축 정책의 수준을 언제 되돌리는 게 적절하겠느냐는 질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오늘 (FOMC) 회의에서도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대화가 오갔음을 시인하는 발언이었다.

시장이 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인 대목은 인플레이션이 2%까지 떨어지지 않아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부분이다. 그는 “우리는 너무 오래 버티는 데 따르는 위험을 알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비둘기파적”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여 1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1%까지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된 노동시장의 과열도 진정되고 있다. 미국의 10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870만 건으로 전월보다 61만7000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구인 건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940만 건에도 크게 미달했다. 파월 의장도 “실업률이 많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물가 상승폭이 둔화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시장에선 일제히 “예상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정책결정문에서 ‘그 어떠한’이란 단어를 추가한 점, 점도표에서 내년에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 점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Fed는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연 4.6%로 낮췄다. 만일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한다면 앞으로 세 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씨티은행은 “필요할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을 듯하다”며 “내년 연내 1%포인트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뉴욕=박신영/워싱턴=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