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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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남미 지역(라틴 아메리카)의 주식 시장이 다른 대륙에 비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에 덜 민감한 곳이라서다. 미국보다 한 발 앞서 기준 금리를 인하하며 외국인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중남미 지역(라틴 아메리카)의 주가 평균 상승률이 다른 지역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한 개발도상국 지수에 따르면 남미 지역이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에 비해 14년 만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른 지수에서도 남미 지역의 호황이 나타난다. MSCI 라틴아메리카 지수는 올 초부터 23일까지 16% 상승했다.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반면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EMEA) 지수는 올해 들어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MSCI 아시아 지수(일본 제외)는 3% 하락했다.

남미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주가 흐름이 좋은 이유는 지정학적 입지 때문이다.. 유럽 및 중동 지역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 두 차례 전쟁을 겪으며 성장 동력이 쇠퇴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에선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이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또 부동산 위기로 경기 둔화세도 가팔라졌다. 중국 경제가 부진해지자 아시아 전역에서 경기 회복이 더뎠다는 해석이다. 남미 지역은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를 모두 비껴갔다. 되레 미국과 가까운 이점을 살려 수출을 늘리며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세계 경제 어려운데"…주가 고공 행진하며 '호황' 맞은 곳
스위스 투자은행(IB) 뱅크 줄리어스 베어 앤 코의 네나드 디닉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내년에도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 덕에 남미 지역 경제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유럽 및 중동은 지정학적 위기에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남미 경제의 두 축인 브라질과 멕시코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주가도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는 니어쇼어링 효과로 인해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났다. 브라질의 경우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취임한 뒤 고강도 재정 개혁을 추진하면서 시장에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미 지역의 호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반론이 제기된다. 남미 지역의 국가 대부분이 자국 통화를 달러화 가치에 1대1로 연동(페그)했기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중단하게 되면 달러화 가치는 하락한다. 달러에 연동된 중남미 통화도 동반 하락한다. 중남미 국가의 국채 수요는 줄어들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투자자문사 루미스 세일스 앤 코의 아쉬시 처그 자산관리자는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 경제와 커플링(동조화)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며 "내년 미국 달러 변동 추이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