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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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반(反)이민 및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대선에 이어 네덜란드 총선까지 세계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총선 투표 종료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당은 하원 총 150석 가운데 가장 많은 3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1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은 17석보다 두배 많다.

이어 2위는 좌파 성향의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으로 26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 연립정부의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은 23석으로 3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입소스 측은 출구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와 최대 3석까지 오차 범위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압승이 예상되는 자유당은 강력한 반이슬람 정책과 망명 허용 중단을 주장하는 극우파다.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 역시 과거 한때 '네덜란드판 도널드 트럼프'로 불렸던 인물이다.

만약 자유당이 승리하면 네덜란드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넥시트(NEXIT)'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자유당은 네덜란드의 EU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해왔다. 영국은 2020년 국민투표로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공식화했다.

자유당의 돌풍은 선거 직전에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4위권에 머물던 자유당은 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민주당과 처음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네덜란드는 친이민 정책과 높은 개방성으로 유럽 부국이 됐지만, 최근엔 극심한 주거난 속에서 망명 신청자가 급증하며 반이민 정서가 고조된 상황이다. 이번 총선도 반이민 정책에 대한 갈등으로 지난 7월 연정이 붕괴하면서 조기에 치러지게 됐다. 13년간 재임해온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마르크 뤼터는 조기 총선 이후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자유당의 압승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총리 선출 및 새 연정 구성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네덜란드에서는 통상 총선 1위를 차지한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자로 추천되며 다당제 특성상 하원에서 최소 과반을 확보하려면 연정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유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자유당과 연정 구성 협력 가능성을 보이지 않았다. 2021년 총선 당시에도 마르크 뤼터 현 총리의 자유민주당이 연정을 꾸리기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299일이 걸렸다.

유럽 각국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탄생하면서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1년을 맞은 이달에도 지지율 1위(소속 정당 기준)를 달리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스페인, 스위스 등 선거에서도 우파가 강세였다.

유럽에 몰아친 극우 돌풍은 남미로도 확산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지난 19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