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사태, 승자는 MS?

월가에서 주말을 가장 달군 뉴스는 누가 뭐래도 오픈AI에서 벌어진 '쿠데타'였습니다. 챗 GPT 공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른 오픈AI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쫓겨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7일 오후 3시 25분경(이하 미국동부 현지시간 기준)이었습니다. 오픈AI가 올트먼 CEO의 해임 소식을 알렸습니다. "의사소통이 솔직하지 않다"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오픈AI 이사진이 올트먼을 해임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해석 가운데 하나는 오픈AI 이사회 내부 이상주의자들의 '쿠데타'라는 분석입니다. 오픈AI는 창업하면서 '인류 전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AI를 발전시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올트먼은 인공지능의 위험성보다는 사업화를 우선시했고, 이 점때문에 오픈AI 이사진과 갈등을 빚은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오픈 AI는 올트먼의 해임 소식을 알린 뒤 후임 CEO로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 CEO로 취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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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초기부터 일군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올트먼은 주말새 '역습'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올트먼이 자신의 복귀 조건으로 기존 이사진을 모두 사임할 것을 요구하면서 올트먼의 복귀 시도는 좌절됐습니다. 오픈AI 복귀에 실패한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픈AI의 새로운 CEO는 에멧 쉬어 전 트위치 CEO가 임명됐습니다. 쉬어 CEO는 자신의 X에 "올트먼의 해임과 관련한 과정과 의사소통이 매우 잘못 처리됐다"며 "우리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습니다.

오픈AI 내부 잡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픈AI 직원 770명가운데 대부분인 700여명은 20일 성명을 내고 "올트먼 전 CEO와 브록먼 전 이사를 복직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 MS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올트먼 CEO 해임을 주도했던 수츠케버 공동창업자 역시 이 성명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X에 "이사회의 행동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오픈AI를 해칠 의도가 없었고, 회사의 재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올트먼과 브록먼은 이 게시물에 대해 하트모양의 이모티큰으로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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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 올트먼 CEO와 오픈AI 이사진의 갈등은 봉합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올트먼은 이 날 또 다시 X에서 "오픈AI 이사진들은 모두 역사에 기록될 이 일에서 엄청난 일을 해왔다"면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며 "하나의 팀, 하나의 임무로 일하는 것이 매우 기대된다"고도 적었습니다.

월가에서는 '오픈AI 사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트먼과 브록먼이라는 오픈AI내 핵심 인재를 흡수한데다, 마이크로소프트 내 올트먼의 팀과 오픈AI가 경쟁구도를 형성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에버코어ISI는 "오픈AI의 인재유출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MS 입장에서 올트먼 직접 고용은 더 나은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오픈AI의 손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날 미국증시 오전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2%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당선에 자산 가격 급등

'아르헨의 트럼프' 당선에…아르헨 국채·주식 급등 [나수지의 미나리]
아르헨티나에서는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아르헨티나 채권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밀레이는 통화가치가 떨어진 페소화 대신 달러화를 도입하고, 중앙은행 폐쇄, 장기매매 합법화, 신생아 매매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그간 포퓰리즘으로 인해 재정 적자가 악화됐고, 이를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이 페소화를 찍어내면서 통화가치가 폭락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30%에 육박합니다. 이런 점이 극단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급진 우파 대통령 당선의 씨앗이 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밀레이의 당선을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EMFI는 "밀레이의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부족하지만, 이로인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날 마르헨티나 국채 가격이 오르고, 미국증시에 상장한 아르헨티나 기업 주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에너지 기업인 YPF, 통신사인 텔레콤아르헨티나, 금융지주사인 그루포 파이낸시에로 갈리시아 등이 장중 한 때 모두 20% 이상 급등했습니다.

뉴욕=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