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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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순유출됐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진 영향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달 미 회사채 ETF에서 94억달러(약 12조4100억원)가 순유출됐다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됐던 지난해 6월(92억달러)보다도 큰 금액이다.

회사채 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하이일드 채권(고금리 회사채) ETF에서는 이 기간 48억달러(약 6조3000억원)가 순유출됐다. 그러나 저위험 투자등급의 회사채 ETF에서도 46억달러(약 6조800억원)가 유출됐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시기 이후 최대다.

FT에 따르면 회사채 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대부분 미 국채 펀드로 유입됐다.

지난달 미 국채 금리와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자금이 대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Fed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 등으로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5%를 넘었다. 국채 금리가 뛰면서 미 대출금리 지표인 무위험지표금리(SOFR)가 5.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TF전문매체 더ETF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사장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를 의미하는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들은 기업 신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 국채 ETF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회사채 투자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그는 “무위험지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최근의 투자경향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아이셰어즈 투자전략책임자 카림 체디드는 “미국은 지금 저성장 환경에 처해있고, 유럽은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기업 신용에 투자하려면 더 많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